격투기·레슬링하다…영구 귀 변형 초래 ‘만두 귀’ 아시나요

입력 2019-05-05 17:41 수정 2019-05-06 10:58
만두 귀로 불리는 이개 혈종 주사 치료 전(왼쪽)과 후의 모습. 서울시보라매병원 제공

격투기 등을 하다 잦은 신체 마찰로 귀가 부풀어 올라 영구 귀 변형까지 초래할 수 있는 ‘이개 혈종’(일명 만두귀)은 수술 대신 주사 치료로도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김영호 교수는 이개 혈종 증상이 비수술적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만두 귀’로도 불리는 이개 혈종은 외부의 지속적인 압박과 마찰로 인해 이개(귓바퀴) 내 연골과 연골막 사이에 혈액이 차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말한다.

레슬링, 격투기 등 격한 스포츠 선수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장기간 지속될 경우 혈종의 섬유화가 진행돼 영구적인 귀 변형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2014년 1월~2016년 12월 이개 혈종으로 진단된 총 56명을 선별해 3주간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실시한 후 그에 따른 개선 정도를 최대 36개월 동안 관찰했다.

치료는 항염증 스테로이드제 중 하나인 ‘트리암시놀론 아세토나이드’(triamcinolone acetonide) 주사를 최대 3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3회 투여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은 그룹은 수술 치료를 진행했다.
그 후 관찰기간 동안 이개 혈종의 유병 기간에 따라 단기(2주 미만)와 장기 그룹(2주 이상)으로 나눈 후 유병 기간에 따라 치료 효과에 차이가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주사치료 후 단기 이개 혈종 그룹 30명 가운데 73%(22명)의 증상이 완치됐다. 세 번째 치료 후에는 1명을 제외한 29명이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그룹의 경우 전체 26명 중 6명만이 첫 번째 주사 치료로 완치되었으나 세 번째 치료 후 53%(14명)가 추가로 완치돼 스테로이드 주사치료가 긴 유병기간을 가진 이개 혈종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수술 치료를 선택한 7명의 환자 특성을 살펴본 결과, 이개 혈종이 장기간 진행된 환자는 총 6명으로 전체 7명 중 85%를 차지하는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 이들 혈종의 평균 부피는 1.34㎖로, 비수술적 치료 그룹의 부피인 0.89㎖에 비해 크게 부풀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른 연골 조직 손상도 진행된 것이 확인됐다.

김영호 교수는 5일 “이개 혈종은 장기간 방치할 경우 연골 조직 붕괴로 인한 심각한 귀 변형까지 불러올 수 있는 만큼, 평소 귀에 외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하고 증상이 의심될 경우 조기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지(The Laryngoscope) 최신호에 실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