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하나다 /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 꿈 속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시에 / 남모르게가 아니라 이제는 공공연하게 / 조국은 하나다 / 양키 점령군의 탱크 앞에서 / 자본과 권력의 총구 앞에서 / 조국은 하나다.
<조국은 하나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당신이 걷다 넘어지고 마는 / 미 팔군 병사의 군화에도 있고 / 당신이 가다 부닥치고 마는 / 입산금지의 붉은 팻말에도 있다 / 가까이는 /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짖어대는 네 이웃집 강아지의 주둥이에도 있고 / 멀리는 /그 입에 물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 죄 안 짓고 혼줄 아는 억울한 넋들에도 있다.
<3.8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족시인 김남주 시인 기념홀이 3일 오후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1호관에서 문을 열었다.
1970~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김남주 시인을 기리기 위한 230㎡ 면적의 기념홀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남대 인문대학 1호관 강의실을 꾸며 조성됐다.
다목적 기념홀과 복층형 기념공간으로 이뤄진 기념홀에는 그의 대표적인 시 ‘'조국은 하나다’와 5·18 민주화운동 관련 시 ‘학살’ 등이 벽에 새겨지고 시집과 산문집, 번역집 등 25권의 저서가 전시됐다.
또 그가 감옥에서 화장지에 쓴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등 육필원고 6~7편과 편지글 5편 등이 원본으로 선보였다.
이밖에 반독재 투쟁에 헌신했던 김남주 시인의 육성 시 오디오, 이이남의 미디어 아트, 안치환의 노래, 각종 영상과 관련자 인터뷰, 전자방명록 등이 함께 설치됐다.
개관식에는 시인의 유가족과 한국작가회의, 전남대 민주동우회, 정병석 전남대 총장, 직원, 재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전남대는 대학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정립하기 위한 ‘민주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김남주 시인 기념홀을 개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김남주 시인은 문학활동을 통해 독재정권에 맞서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며 “그의 치열한 삶과 문학적 유산을 기리는 기념홀을 개관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