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치킨 전쟁’이 재현될 조짐이다. 유통가에서는 롯데마트가 ‘1마리 5000원’ 통큰치킨에 대한 상시적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28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창립 21주년 기념행사로 ‘통큰치킨’을 2년 만에 행사품목에 올렸다. 엘포인트 회원이라면 1마리를 5000원, 회원이 아니더라도 7810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성비가 좋다”는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준비한 닭 12만 마리는 금세 동났다.
반응이 좋자 롯데마트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같은 가격으로 ‘통큰치킨 앵콜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는 수량을 17만 마리로 늘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3일 머니투데이에 “1일부터 시작한 통큰치킨 앵콜행사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점포당 배정물량이 오후 1~2시면 모두 매진된다”면서 “앵콜행사를 마친 뒤 상시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9년 전에도 통큰치킨을 5000원에 판매한 적이 있다. 프랜차이즈업계와 소상공인들은 당시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롯데마트는 결국 일주일 만에 통큰치킨 판매를 철회했다.
이번에도 즉각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2일 “치킨업종은 1인 사업자비율이 가장 높고, 연 매출액이 가장 낮으며, 부채율이 가장 높은, 외식업종 가운데도 가장 취약하고 영세한 업종”이라며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치킨할인행사를 장기간 또는 반복적으로 진행하여 자칫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협조해주기를 당부한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동네 치킨집은 걱정이 더 크다. 치킨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프랜차이즈 치킨은 특색 있는 메뉴가 있어서 그나마 영향을 덜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 근처에 위치한 동네치킨집은 타격이 크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소비자들은 대체적으로 통큰치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갈수록 비싸지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한 마리에 2만원에 육박한다. 배달료까지 따지면 가격은 더 높아진다. 대학생 A씨는 “돈이 없는 학생이나 서민들이 2만원 가까이 되는 배달치킨을 시켜먹기 어려운 건 현실”이라고 했다.
양상은 9년 전과 비슷하지만 달라진 건 대형마트들의 상황이다. 온라인 쇼핑의 확대로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마트들이 이번에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단기 이벤트이지만 불씨는 살아있는 셈이다.
롯데마트 측은 “준비된 치킨은 예정대로 판다. 앞으로도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판매기간이 짧아 과거처럼 큰 문제가 될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불황을 타파하기 위한 하나의 자구책”이라고 주장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