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연일 청와대와 여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사법개혁특위,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하자”고 말했다. 앞서 “여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없이는 대화가 어렵다”고 대화 재개의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사과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하자는 것’은 사실상 여당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대화 재개의 조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해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원 산불과 포항 지진 등 국민의 안전과 민생에 직결된 추가경정예산안의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한국당은 더 이상의 어깃장 정치, 가출 정치를 중단하고, 조속히 국회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이어 “더 이상의 불필요한 정쟁은 중단하고 이제라도 민생과 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언제쯤 국회로 돌아올까. 가장 낙관적인 전망은 한국당이 민주당의 원내지도부 교체를 계기로 결국 추경 처리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밀어붙인 홍영표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8일까지다. 민주당은 8일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세 원내대표 후보 모두 당선과 함께 한국당과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결국 새 원내대표가 당선되면 나 원내대표와 어떻게든 대화 재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 원내대표도 “재해 관련 추경은 국회가 막혀 있어도 하겠다. 그러나 재해추경이 분리되지 않으면 논의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어느 정도 논의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나 원내대표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모두 선명성 경쟁에 나선 만큼 단기간에 장외투쟁을 포기할만한 명분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머릿속에는 오직 대선 생각 뿐”이라며 “그러니깐 국회에서 안 싸우고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도 “나 원내대표와 황 대표가 서로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둘이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며 “한국당의 투쟁이 생각보다 오래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변수는 국회 선진화법 처벌 여부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으로 나 원내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의원 49명을 고발한 상태다.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수사가 본격화되면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되고, 그러면 여당과 대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반면 ‘야당 탄압’을 앞세워 투쟁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