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안효섭과 ‘오 나의 귀신님’ 제작진이 만났을 때, ‘어비스’

입력 2019-05-03 16:51 수정 2019-05-03 16:59
드라마 '어비스'(tvN)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 박봉규 기자


때론 쫄깃하고, 때론 로맨틱하고, 때론 유쾌한 웰메이드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는다. 박보영 안효섭이 주연으로 나선 반전 비주얼 판타지 드라마 ‘어비스’(tvN)가 그 주인공이다.

독특한 설정이 눈을 사로잡는다. 오는 6일 첫 전파를 타는 극은 어비스라는 특별한 구슬을 통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다시 태어난 두 남녀가 자신을 죽인 살인자를 쫓는 과정을 담아냈다. 유쾌한 웃음 속 숨겨진 반전과 비밀을 추리해가는 재미까지 담아 여러 장르적 재미를 다채롭게 느낄 수 있다.

3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유제원 PD는 “선의를 가진 주인공들이 거대한 악을 응징하려고 하는 권선징악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 드라마”라며 “대본이 무척 재밌었다.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어 연출자로서도 재밌게 작업을 했다”고 소개했다.


드라마 '어비스'(tvN)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 박봉규 기자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박보영 안효섭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박보영은 그간 ‘힘쎈여자 도봉순’(JTBC) 등 판타지물에서 재기발랄한 로맨스를 그려내며 사랑을 한 몸에 받았었다. 이번엔 빛나는 외모를 뽐냈으나, 다시 태어나며 세상에서 제일 흔한 사람으로 변한 검사 고세연 역을 맡았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SBS)에서 활약한 안효섭은 이전 얼굴과 180도 다른 완벽한 외모를 가지게 된 재벌 2세 차민 역을 소화한다.

방영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 나의 귀신님’(tvN·2015)의 유 PD와 박보영이 4년 만에 재회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예전 ‘오 나의 귀신님’을 찍을 때 보영씨에게 특히 감사했던 건, 연기하는 방식과 저의 의견을 발 빠르게 캐치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점에서 호흡이 잘 맞는다”고 했다. 박보영도 “두 번째 만나는 것이다 보니 감독님 말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좋았다. 당시 현장에서 같이 일했던 스태프들도 많아 현장 분위기도 무척 좋은 편”이라고 화답하듯 말했다.

언뜻 박보영이 세상에서 제일 흔한 외모를 가졌다는 설정이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가지 요소들로 개연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유 PD는 “박보영씨의 외모가 흔하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다만 이건 드라마이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려 노력 중”이라며 “의상과 분장 등 다양한 요소를 가미해 극 초반 설득력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어비스'(tvN)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 박봉규 기자


다시 태어나기 전 고세연 역으로는 김사랑이 출연한다. 박보영은 “키가 커졌다 작아진 것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을 강조하는 등 차별점을 위한 포인트들이 있다. 또 저는 동양적으로 생겼다면, 사랑 언니는 서구적으로 생겼다는 차이가 있어 그런 다른 결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잘생긴 외모를 강조해 표현해야 하는 안효섭의 경우에도 부담이 따를 법하다. 안효섭은 “부담이 아주 많이 된다. 제작진분들꼐서 용기를 많이 주셔서, 철판을 깔고 멋있는 척하면서 연기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드라마 '어비스'(tvN)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 박봉규 기자


외모를 소재로 하지만, 반어적으로 사람이 가진 마음의 중요성을 풀어내는 데 집중한 극으로 볼 수 있다. 어비스라는 구슬의 특징은 인물들을 그저 되살리는 것뿐 아니라, 평소 가졌던 영혼의 모습으로 소생하게 한다는 점이다. 박보영은 “외모를 소재로 하되, 불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들은 감독님과 두루 상의해 표현들을 수정하고 있다. 제게 어비스 구슬이 생긴다면 그동안 착하게 살았는지 못되게 살았는지 삶을 되돌아보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만큼 어렵지 않을까. 그렇진 않다. 기존 한국 드라마의 특징인 큰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기보단 개별 장면들을 세심하게 다루면서 친절하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유 PD는 “시퀀스 안에서 장르적 배열의 넘어감을 자연스럽게 하려 했다. 각 특성을 디테일하게 다루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하자는 마음을 갖고 작업에 임했다”고 했다.


드라마 '어비스'(tvN)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 박봉규 기자


탁월한 연기력을 갖춘 이성재와 예능에서도 끼를 유감없이 펼치고 있는 ‘대배우’ 이시언이 천재 외과 의사 오영철 역과 강력계 형사 박동철 역을 각각 맡아 퀄리티를 한껏 높여낸다. 그간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게 된 이성재는 “스릴러와 로맨스 조합이 어떻게 될까 했는데, 영화적으로 긴장감 있게 쭉쭉 가는 구성을 보고 끌렸다.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새로운 연기라는) 일탈을 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고 했다. 이시언은 “감독님과 과거 작품에서 인연이 있었다. 대본도 좋고 감독님도 너무 좋다. 또 제가 박보영씨의 굉장한 팬이라 출연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노력이 깊게 배어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더한다. 이성재는 “촬영 현장에서 화장실을 찾다 동네 카페를 들어가려고 봤더니 박보영 안효섭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앉아 있더라. 스터디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기특한 생각이 들더라. 드라마가 잘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