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소방호스를 자신의 몸에 감고 사람들을 구해낸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55)씨가 국회 앞에서 자해를 시도하다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처럼 재난이나 참사를 경험한 사람 10명 중 3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지만 대부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3일 오전 9시1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인도에서 흉기로 자신의 복부와 팔을 그었다.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김씨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출혈이 심하지 않았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세월호 진실을 밝혀달라”며 스스로의 몸을 상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났던 2014년 4월16일 세월호에 탑승해 자신의 몸에 소방호스를 감고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수십 명의 인명을 구해 ‘세월호 의인'으로 불렸다. 지난 2015년 6월 보건복지부에서 의상자로 선정됐고, 2017년 1월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구조 활동을 하면서 어깨를 다치고 한쪽 손가락 신경까지 끊겨나가는 등 부상을 입었고, 참사로 인한 PTSD 치료를 받아왔다. 김씨는 2015년과 2016년, 2017년에도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
실제 국가적 재난이나 참사를 경험한 사람은 10명 중 3명이 PTSD를 호소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2~2017년 발생한 자연재난이나 지진, 화재로 피해를 입은 2300여명 중 35.3%는 이후 3년간 PTSD를 앓았고 우울·불안 증상은 각각 28.7% 8.3%가 겪고 있었다.
하지만 이 중 병원 진료를 받은 비율은 3.8%에 그쳤다. 37.4%는 정부와 민간에서 제공받은 구호서비스에 대해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PTSD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난 후 나타나는 정신 장애의 일종으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