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더니 어째 광주 왔나” 5·18 유족 항의 받은 황교안 ‘피신’

입력 2019-05-03 13:02 수정 2019-05-03 13:48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하며 전국 순회 장외투쟁에 나선 지 이틀째인 3일 광주시를 방문했지만 광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광주지역 시민단체와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광장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지역 5·18 단체 등 시민단체가 '자유한국당 해체' 등을 촉구하며 황 대표 길을 막고 있다. 뉴시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송정역에서 조경태 최고위원과 신보라 청년최고위원, 민경욱 의원, 광주·전남지역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광주·전남 애국시민들이 피흘려 헌신하신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자유가 훼손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이 이 땅의 자유를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의 근간은 삼권분립인데 이 정부가 행정부, 사법부를 장악하고 이제는 의회까지 지배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며 “우리는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장외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광장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지역 5·18 단체 등 시민단체가 '자유한국당 해체' 등을 촉구하며 황 대표 길을 막고 있다. 뉴시스

또 “공수처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게 아니고 이 정권에 필요한 것이다”며 “(문재인 정부가) 자기 입맛에 안맞는 사람을 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정권이 독재정권으로 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황 대표 일정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됐으나 황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민중당 관계자, 학생 등이 맞불집회를 벌이면서 20여 분 만에 마무리됐다.

시민단체는 황 대표 발언 중에 ‘황교안은 물러가라’,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5·18 유가족인 한 어머니는 “(아들이) 곤봉으로 맞아죽었다”며 “저놈들 우리 괴물이라고 했는데, 어째서 광주까정 왔느냐”며 황 대표를 향해 울부짖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광장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지역 5·18 단체 등 시민단체는 '자유한국당 해체' 등을 촉구하며 반대 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황 대표가 광주 일정을 마무리하고 전북 전주로 이동하기 위해 광주송정역 대합실로 들어가려 하자 시민단체 등이 막아서며 20여 분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일부 관계자는 생수병에 들어있던 물을 황 대표에게 뿌렸으며, 5·18진상규명위원회 출범을 방해한 데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역 대합실로 이동한 뒤 오전 11시40분 전주행 KTX를 탔다.

광주진보연대 관계자는 “5·18 망언을 했던 국회의원 3명에 대해 한국당이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며 “양심이 있다면 무릎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