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롱드래곤’ 음문석, ‘알바’하던 댄서에서 가수, 신스틸러가 되기까지

입력 2019-05-04 00:30
드라마 ‘열혈사제’(SBS)에서 ‘롱드래곤’ 장룡 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음문석. 그는 드라마 시즌2를 두고 “만약 하게 된다면, 모든 배우들이 다음 시즌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잘 봐, 굉장히 우아한 몸 동작이니께. 변신 중엔 공격하기 없슈?”

우스꽝스러운 단발머리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무술 카포에이라의 ‘우아한 몸동작’은 작은 ‘빌런’(악당형 영웅)을 단박에 큰 스타덤에 올렸다. 최근 20%(닐슨코리아)가 넘는 사랑 속 종영한 ‘열혈사제’(SBS)에서 구담구 비리 카르텔의 말단 행동대원을 맡았던 장룡(음문석) 얘기다.

그의 맛깔나는 감초 연기는 극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음문석(37)을 만났다. 단발머리는 온데간데없이 멀끔한 모습이었다. 환하게 웃을 때는 금니 대신 청량함이 보였다. 다만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서만큼은 장룡의 잔상이 얼핏 묻어났다.

그는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아직 얼떨떨하다”며 “잠깐 얄미운 역할을 했을 뿐인데, 큰 사랑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미소 지었다.


드라마 ‘열혈사제’(SBS)에서 ‘롱드래곤’ 장룡 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음문석. 그는 드라마 시즌2를 두고 “만약 하게 된다면, 모든 배우들이 다음 시즌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섭섭함도 있고, 일면 시원함도 있습니다. 지금은 ‘열혈사제’가 더는 없다는 것에 현실부정 단계예요(웃음). 시청자·제작진·배우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귀한 작품이었습니다. (김)남길 형은 첫 만남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감독님과 작가님, 배우들 모두 아낌없이 도움을 주셔서 끝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해요.”

작품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그렇다면 장룡이란 신선하고, 충격적인(?)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 드라마로는 첫 출연작이자 이름도 없는 조폭 행동대장 역을 맡았던 이명우 PD의 ‘귓속말’(SBS·2017)이 인연이 됐다. 적극적이고 활달한 모습에 “문석아, 너 잘 되겠다”고 덕담을 건넬 정도로 음문석을 눈 여겨봤던 이 PD의 전화가 장룡과의 첫 만남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지난해 9월쯤이었다.

음문석에게 장룡의 첫인상은 “발가벗겨진 캐릭터”였다.

“처음엔 단발머리라는 설정만 있었습니다. 대사도 표준어였죠. 제 고향이 충남 온양이에요. 대사에 충청도 사투리를 입혀봤더니, 감독님과 작가님 모두 좋아해 주시고 지지해주셨어요. 마치 롤플레잉 게임에서 캐릭터에 옷을 입히고,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드라마 ‘열혈사제’(SBS)에서 ‘롱드래곤’ 장룡 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음문석. 그는 드라마 시즌2를 두고 “만약 하게 된다면, 모든 배우들이 다음 시즌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장룡은 그의 노력과 애정이 한가득 담겼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는 “원래 기대기만 하면 잠을 잘 자는 편인데, 한동안 불면증이 생길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 장룡이란 인물에게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캐릭터를 잡아나갔다”고 했다.

‘롱드래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등장할 때마다 안방에 한가득 웃음을 안겼던 그이지만, 장룡 캐릭터를 두고는 “오히려 웃기려 하지 않았다”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대본을 읽으면서 마음속 결핍이 있는 친구라고 느껴졌습니다.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인정받지 못하는 친구죠. 긴 머리나 컬러풀한 옷을 좋아한 건 화려한 게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한다고 느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요. 쏭삭(안창환)을 그렇게 못살게 군 것도 그 친구에게 감추고 싶었던 자신의 힘없는 모습이 보여서 그랬던 거죠.”

촬영하는 내내 혼도 많이 났지만, 주눅 들진 않았다. 그는 “모든 게 관심과 사랑이라고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 계통의 일들을 계속하면서, 많은 분과 융화될 수 있는 힘과 원동력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 ‘열혈사제’(SBS)에서 ‘롱드래곤’ 장룡 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음문석. 그는 드라마 시즌2를 두고 “만약 하게 된다면, 모든 배우들이 다음 시즌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실제 그의 이채로운 답변들처럼 음문석은 독특한 삶의 여정을 지나왔다. 운동신경이 남달랐다는 그는 중학교 때 필드하키부에서 선수를 꿈꿨다. 하키 스틱을 놓고선 춤에 갑작스레 매료됐다. 16살이었던 그는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와 유명 가수들의 무대에서 백업 댄서로 활동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완전 푹 빠지는 성격입니다. 서울에 올라와 아침엔 일어나서 춤 연습을 하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온종일 춤추며 방송해도 5000원을 받던 시절이었죠. 동대문 구제 옷 가게나 구둣가게 아르바이트 등 꽤나 많은 일들을 했던 것 같아요. 친구 집에서 얹혀살기도 하고, 연습실이나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밖에서 잠깐 몸을 뉘기도 했었는데, 그만큼 춤이 좋았습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노래에 매력을 느끼게 됐고, 2005년엔 1집 앨범 ‘SIC’을 발표하며 가수로 길을 틀었다. 한번은 댄스로 대결을 펼치는 예능 ‘댄싱9’(Mnet)에 출연해 멋진 크럼핑 댄스 등 춤실력을 뽐낸 적도 있었다. 카포에이라는 일부러 어색하게 했지만, 21살 때부터 13년간 무에타이를 연마해 사범을 했을 정도로 잔뼈가 굵다.

노래할 때 표현의 범위를 늘리고 싶어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게 새 출발점이 됐다. 20대 후반 늦깎이로 연기에 뛰어들었다. 그는 “보여주고 싶은 건 많은데, 막상 모니터에는 잘 전해지지 않아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연기는 하나의 종합예술 같았다. 이 안에는 춤, 노래, 그림, 음악, 운동 모든 게 담겨있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드라마 ‘열혈사제’(SBS)에서 ‘롱드래곤’ 장룡 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음문석. 그는 드라마 시즌2를 두고 “만약 하게 된다면, 모든 배우들이 다음 시즌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삶에서 가장 힘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가족’이다. 서울에 와 떨어져 있어도, 시간 날 때면 하루에 2~3통 이상 꼬박꼬박 전화를 나눌 정도로 서로를 아낀다고 한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큰 힘이 돼준다. 아버지, 어머니, 큰 누나, 작은 누나 가족 모두에게 항상 고맙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효도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쁘다”며 웃어 보였다.

앞으로의 음문석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많은 관심을 받게 돼 잠깐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초심을 떠올리니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정말 즐겁게 해야겠단 생각이 다시 차올랐다”고 했다.

“하반기쯤엔 다음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도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의 고민과 노력을 담은 캐릭터를 또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2013)의 황정민 선배님이 보여주신 태일 역처럼 다양한 갈등을 겪으면서, 그만큼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