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군사 봉기와 반정부 시위에 대해 “쿠데타 세력들의 무의미한 시도”라며 “미국이 준 돈에 자신을 판 반역자들을 물리쳤다”고 공언했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군부 고위 지휘부와 함께 나타나 건재를 과시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군사 봉기 시도가 끝난 뒤에도 여느 때처럼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카라카스의 포르트 티우나 군사기지에 방문해 군인 4500여명 앞에서 “우리는 전투 중이다. 반역자와 쿠데타 세력들을 무장해제 시키기 위한 이 싸움에서 사기를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의 옆에 있던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유일한 대통령이자 군 최고사령관이 마두로에 대한 충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맞장구쳤다.
과이도 의장의 최근 이틀간 군부 봉기와 반정부 시위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의 편에 섰던 군인 20여명은 브라질 대사관에서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 가택연금 당한 상황에서도 시위에 참여한 과이도의 정치적 스승 레오폴도 로페스 전 카라카스 시장은 베네수엘라 주재 칠레 대사관에서 머무른 뒤 스페인 대사 관저로 피신했다. 다만 과이도는 전날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히며 시위가 지속적으로 열릴 것을 시사한 바 있다.
반정부 시위가 마무리된 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다시 가난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AP통신은 카라카스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코슈마켓’에 어떻게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나온 주민들로 붐볐다고 2일 보도했다. 시장에서 갓 재배한 망고 등을 팔던 나이라 가르시아는 “4달러로 2주간 다섯 식구를 어떻게 먹여 살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가르시아는 과거에는 교사였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월급 탓에 장사를 시작했다.
코슈마켓의 다른 상인은 “베네수엘라 주민 대부분이 6달러로 한 달을 버텨야 하는 상황에 근거해 상품의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애써 위안했다고 AP는 전했다.
남미 최대 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는 저유가 기조와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 탓에 물가상승률이 연 170만%에 이르는 등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게다가 하루 걸러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 탓에 의료난과 식량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