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남과 공모해 딸 살해한 비정의 어머니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돼.

입력 2019-05-02 22:54 수정 2019-05-03 05:33

재혼남과 짜고 12살 중학생 딸을 살해한 뒤 저수지에 버린 혐의로 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비정의 어머니’ 유모(39)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광주지법 이차웅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경찰이 유씨에 대해 살인공모·사체유기 방조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현재 피의자 유씨를 구속해야 할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고 수집된 증거자료도 살인죄 등의 소명으로는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판사는 “피의자 유씨가 딸의 살해를 사전 공모했거나 범행에 직접 가담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고 사체유기 방조혐의도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사유를 덧붙였다.

살인공모·사체유기 혐의로 전날 경찰에 긴급체포된 유씨는 당초 재혼한 남편 김모(31)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다가 1일 자정쯤 심야조사를 자청해 범행 공모와 가담 사실을 자백한 바 있다.

당초 살해공모 혐의 등을 부인하던 친모는 “할 말이 있다”며 유치장 관리자를 거쳐 심야조사를 자청한 후 2일 새벽 2시30분까지 이뤄진 조사를 통해 재혼남이 주도적으로 저지른 범행에 간접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다.

유씨는 이날 오전 실시된 영장실질심사에서 범행을 막지 못한 이유에 대해 “재혼한 남편이 해코지할 것이 두려웠다. 나도 남편이 무서웠다. 딸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씨는 재혼남 김씨와 지난달 27일 오후 6시30분쯤 전남 무안의 한 농로에서 중학생 딸 A(12)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 유기하는 것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범행공모 사실을 자백했지만 마대 자루, 노끈 등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공중전화로 딸을 불러내는 등 계획적 범행을 언제부터 남편과 실행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와 유씨 부부, 숨진 A양 사이의 휴대전화 통신기록과 행선지 CCTV 등을 분석해 추가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전날 구속된 김씨는 의붓딸 A양의 성범죄 신고에 앙심을 품고 보복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혐의는 순순히 인정했으나 강간미수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살해당한 A양이 의붓아버지 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을뿐 아니라 친부로부터 자주 매를 맞는 등 신체적 학대를 당해온 정황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친부모와 의붓아버지에게 신체적·성적 학대를 당하고 한 맺힌 짧은 생을 마치는 동안 12살 여중생이 기댈 곳은 전혀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