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 성추행·친부 폭력·친모 학대…가혹했을 소녀의 12년

입력 2019-05-03 00:05 수정 2019-05-03 00:05
뉴시스

계부와 친모의 공모에 살해당한 10대 여중생이 가정에서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친부에게도 상습적으로 폭행당해 아동보호기관의 도움을 받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A양(12)의 조부모는 지난달 30일 유족 조사와 시신 인계절차를 위해 광주동부경찰서를 찾았다가 취재진을 향해 울분을 토했다. 계부 김모(31)씨와 친모 유모(39)씨가 평소에도 A양을 학대해왔다는 주장을 하면서다. 이들은 “김씨가 손녀를 자주 때리고 집 밖으로 쫓아내는 일이 잦았다고 들었다”며 “엄마 유씨는 이를 말리지 않았다”고 했다.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는 A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해왔다. 유씨는 이 모습을 보기만 했다. 오히려 무속인인 유씨는 딸에게 무당 교육을 한다며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 또 다른 학대를 일삼았다. 결국 이들 부부는 A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하다 아동보호소에 보내기도 했다.

보호소에 들어간 A양을 데리고 나온 건 전남 목포에 살던 친부였다. 이후 A양은 광주와 목포를 오가며 생활했지만 학대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김씨는 지난 3월 목포에 머물던 A양을 집 밖으로 유인한 뒤 인근 야산으로 데려가 강간을 시도했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음란물을 전송하는 등의 괴롭힘도 계속됐다.

이 같은 사실을 안 유씨는 오히려 딸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유씨는 친부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내 남편과 이런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느냐. 딸 교육 잘 시켜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계기로 친부는 A양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경찰에 신고했다.

계부의 성적 학대와 친모의 질책에 시달린 A양은 친부에게도 온전히 의지할 수 없었다. 친부 역시 과거 A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A양은 부모의 이혼 이후 친부와 잠시 함께 생활했고 이때 수시로 매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친부의 폭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6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찾았고, 법원은 친부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당시 A양은 초등학생에 불과했다.

친부모의 학대 속에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기댈 수 없었던 A양은 지난달 27일 짧은 생을 마감했다. A양의 주검은 이튿날 오후 머리에 비닐봉지가 씌워지고 발목에 벽돌이 가득 담긴 마대자루를 매단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체포된 김씨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며 의붓딸이 자신을 성범죄자로 지목하고 친부에게 고자질한 데 앙심을 품었다고 진술했다. 살인 및 시체유기 방조혐의를 받는 유씨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1일 자정쯤 심야조사를 자청해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