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가 2일 오후 1시부터 한국에 적용됐다. 이날까지 우리 외교당국은 최후까지 반전을 기대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기존 이란산 석유 수입국에 부여했던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SRE)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란 지도자가 위협적 행동을 자제하고 이란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며 협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이란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동부시간으로 5월 3일 0시(한국시간 2일 오후 1시)부터 한국은 이란에서 석유를 수입할 수 없게 됐다.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미 행정부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방식의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를 골자로 하는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180일간의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당시 폼페이오 장관의 회견을 2시간여 앞뒀을 때 우리 측 협상 카운터파트인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의 연장이 이뤄지지 않음을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 후에 우리 외교부는 미국이 이라크에 적용하고 있는 ‘특별 면허(Special Licence)’ 방식을 협상 카드로 꺼내들었다.
미국은 이라크에 8개의 예외 조치 국가와 별도로 전력공급에 필요한 천연가스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는 특별 면허를 부여했다.
이에 윤 조정관은 한국 기업이 이란에서 수입하는 콘덴세이트(초경질유)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님을 강조하며 1년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미국 측과 협상을 벌였다.
훅 대표 등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건의하고, 지난달 30일까지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우리 외교부가 놓지 않았지만 이날 2일 윤 조정관 앞으로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제로 정책에 따라 한국에 특별 면허를 주기 어렵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예외 조치 만료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우리 외교부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이 중단되면서 화학업계에 단기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틀어막아 국제유가가 상승한다면,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제로(0)’ 방침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