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이혼소송 탓에 홀로 육아…” 개인사 밝히며 ‘선처 호소’

입력 2019-05-02 15:18 수정 2019-05-02 15:27
한진그룹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왼쪽)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와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이 전 이사장의 딸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2일 오전 이 전 이사장, 조 전 부사장 순서로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이 전 이사장 측이 조 전 부사장 사건과의 병합이나 병행 심리를 원하지 않아 별도로 진행됐다. 이들 모녀는 필리핀 국적 여성들을 위장 입국시켜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이사장 측은 “(대한항공 비서실에) 주말까지 일하는 가사도우미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며 불법으로 고용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주말에도 근무가 가능한 가사도우미를 찾아봤지만 국내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최초로 고용한 것은 이 전 이사장의 시어머니부터였다”면서 “‘필리핀 여성을 쓰는 게 좋더라, 너도 한 번 써보라’는 말에 2004년에 처음 고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후 여러 사정에 의해 고용했을 뿐 가사 도우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입국했는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이사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직접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일하는 아이 여권도 회사에서 갖고 있다”며 “때가 되면 (회사에서 알아서) 해줬고 이 아이가 오래되고 자기도 안 가고 싶어하니 (계속) 하는 건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은 공판이 마무리된 뒤 법정 방청석 구석에 앉아 조 전 부사장의 재판 장면을 지켜봤다. 조 전 부사장은 이 전 이사장과 달리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대한항공 법인 역시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법인에 벌금 각각 1500만원, 3000만원을 구형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소위 ‘땅콩 회항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어머니가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관리했다”며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는 부분으로, 어머니까지 기소된 점에 깊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개인적 사정을 밝히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부친이 지난달 운명하신 슬픔이 있는 와중에 남편과 이혼소송까지 진행해 육아를 혼자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며 “어머니의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인데 어머니도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 전 이사장은 재판이 끝난 조 전 부사장을 끌어안으며 “엄마가 잘못해서 미안해, 수고했어, 우리 애기”라고 다독였다. 법정 밖으로 나온 뒤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준비된 차량에 올라탔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 사건 변론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11일 오후 2시에 선고할 계획이다. 이 전 이사장의 2차 공판은 다음 달 13일에 열린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각각 6명과 5명씩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지시를 받은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선발한 다음 이들을 본사 연수생으로 가장해 위장 입국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