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美의 ‘베네수엘라 오판론’…정보 오류로 마두로 축출 낙관

입력 2019-05-02 12:38 수정 2019-05-02 17:57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해 오판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여전히 권좌에 있으며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퇴진운동을 주도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왼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이날 일부 중무중한 군인들과 함께 마두로 축출을 위한 군부 반란을 이끌었다. AP뉴시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봉기가 민중 폭동을 야기해 폭군으로 불리는 마두로 대통령을 쫓아낼 것으로 기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마두로 대통령에게 겁을 먹어 저항하지 않았거나 어쩌면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 마두로 세력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정보 오류를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잘못 해석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참모들보다 마두로 축출에 더 적극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를 접은 것 아니냐는 궁금증도 일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내에서 위기에 처하고, 국제적으로 체면이 깎였지만 자신의 정적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내려올 가능성은 없다.

오판 책임론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볼턴 보좌관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봉기가 일어난 직후 “과이도 의장이 베네수엘라군을 지휘하려는 것은 쿠데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오판 책임론에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미 국무부 관료들은 마두로 축출까지 수 주 또는 몇 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축출에 데드라인을 정하지 않았다. 군사적 옵션도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허둥지둥하면서 내놓는 트럼프 참모들의 논평들은 백악관의 인내심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방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대규모 군사개입을 배제하지 않았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경우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 참석해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던퍼드 합참의장은 미군의 지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청문회에 출석한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장관대행은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