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갑질 신고했는데…교육청, 교사들 집중 조사

입력 2019-05-02 00:05

대전시교육청이 관내 초등학교를 감사하면서 문제가 된 교장의 갑질 대신 엉뚱하게도 교사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사건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전지부의 폭로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봐주기 감사는 절대 안된다’는 취지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1일 전교조 및 청원글을 종합해보면, 교장 J씨는 2017년 9월 1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 부임한 이후 1년 6개월 동안 갑질로 볼 수 있는 행동을 일삼았다. 해당 학교 교사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에는 ▲특정 돌봄교실 교사 선발 압력 ▲특정 회사의 교구, 부교재와 PC 구매 강요 ▲학교 예산으로 구입한 물품 개인 용도 사용 등 ‘교장의 갑질 목록’ 10가지가 기록돼 있다.

이미 탈락한 특기적성 강사를 구제하기 위해 면접 심사표를 재작성하도록 압력을 넣거나, PC를 구입할 때 특정업체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구매를 강요했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이 학교 교사 A씨는 교장을 대전시교육청에 신고했다. 이에 교육청은 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교장 J씨의 갑질과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다. 하지만 교사들의 말에 따르면 감사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한다. 감사는 민원의 당사자인 교장 대신 교사들을 겨냥한 듯이 이뤄졌다.


대전MBC 캡쳐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사반은 업무분장에 불만을 표시한 적 있던 교사 B씨에게 업무 처리를 지연한 이유를 물었고 ‘복종과 성실의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장은 다음 날 B씨에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며 주의처분을 내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교조 대전지부 제공

전교조 대전지부 항의 후 바뀐 메일 양식. 전교조 대전지부 제공


문제는 또 있었다. 감사담당자는 지난달 19일 이 학교 교사들에게 “갑질 조사를 위해 설문을 하려고 하니 21일까지 ○○○ 주무관 내부메일로 응답 자료를 보내 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시스템상 내부메일로 답신을 하면 실명이 밝혀진다. 교사들은 “이렇게 설문 응답을 제출할 경우 신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전교조 대전지부의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감사담당자는 업무에서 배제됐다. 감사관실은 같은 달 22일 설문조사를 무기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감사에 대한 불신은 계속됐다.

청원인은 “교육청 감사관실이 학교장의 비리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대충 덮으려 한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면죄부’ 발행을 위한 ‘봐주기 감사’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가 공개한 사실확인서 보도자료 일부. 교장의 '갑질' 의혹이 적혀있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 역시 “교육청은 학교장 갑질 행태 및 비위행위 의혹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며 “갑질 교장의 비위행위를 행정처분(주의, 경고) 선에서 눈감아 준다면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교육부 등 상급기관에 즉각 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교장은 “감사는 공정하게 진행됐다. 꼼꼼하게 조사를 받았다”며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