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광역버스 한밤중 ‘공포의 경로이탈 주행’

입력 2019-05-01 00:29 수정 2019-05-02 00:29
게티이미지 뱅크

지난달 22일 밤 11시 30분. 서울 당산에서 출발해 경기 김포시 차고지로 향하던 2층 광역버스가 갑자기 경로를 이탈했다. 용화사IC에서 갑자기 유턴을 하더니 서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불안감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2층 버스라 차고가 높다 보니 혹시나 이탈한 경로에 육교라도 나타나면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1일 김포시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된 뒤 버스 운송회사와 해당 기사로부터 경위서를 받았다”면서 “야간 시간에 빠져야 할 구간을 지나쳤는데 2층 버스라 회차 지점을 선별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사가 당산 쪽으로 차를 돌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포시는 노선을 이탈한 부분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운송회사에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노선버스가 운행계통 위반 즉 노선을 이탈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경고조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노선이탈이라는 단순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버스와 달리 2층 버스는 운행구간이 제한돼 경로를 이탈했을 경우 사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도로 폭이 좁거나 높이 제한이 있는 터널·육교, 가로수길 등은 2층 버스의 주의 운전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책 당국이 2층 버스의 안전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료 : 경기도>

경기도는 2015년부터 광역버스 좌석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 대용량 버스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2층 버스 도입을 검토했다. 현재 수원의 경우 7개, 용인 2개, 남양주 5개, 김포 6개 노선에서 2층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3월 공개한 ‘2층 버스 운송업체 운용실태 및 노선 안전점검 계획 보고’에서도 안전을 위한 매뉴얼을 소개했고 2층 버스 도입노선의 관할 시·군 및 운송업체,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차량공급업체 등에 해당 매뉴얼을 적용했다. 안전 매뉴얼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경로를 이탈했던 2층 버스를 탔던 승객들은 예정된 시간보다 목적지에 10분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한 불만보다는 사고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더 많이 호소했다.

한 승객은 “방지턱 넘을 때 2층 버스가 이래서 무섭구나를 처음 느꼈다”고 호소했고, 또 다른 승객은 “길 잘못 들었다가 (육교 등에) 부딪히면 어쩌려고”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유턴에 차가 휘청, 방지턱 넘을 땐 차가 넘어지는 줄 알았다”는 경험담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해당 차량을 운전한 기사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승객 한 명이 기사에게 다가가 경로를 이탈했다고 말했더니 “당산으로 가야한다”는 뜬금없는 답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당시 차량에 탑승한 사람들은 운전기사의 음주나 졸음운전을 의심했다.

그러나 해당 버스를 운행했던 기사는 김포시에 제출한 의견진술서에 “(노선을 놓치는) 실수를 했다”면서 “안전하게 회차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당황하다 보니 제대로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던 것 같다”고 적었다.

김포시 관계자는 “2층 버스가 회차할 수 있는 지점들을 추가, 지정해서 혹시나 경로를 이탈할 경우 해당 지점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