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한결 편안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표정이 비상한 주목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건설 중인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사업장의 극자외선(EUV)동 건물을 가리키며 “이것을 짓는 돈이면 인천공항 3개 짓는다”고 농담을 건넬 만큼 문 대통령에게 친근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지난 30일 오후 2시부터 EUV동 건설현장을 둘러보며 90분간 동행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EUV 공정 7나노 웨이퍼·칩 출하 기념식을 갖고 EUV동 건설현장을 둘러보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집권하고 처음으로 국내에서 삼성 공장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청와대로 초청한 기업인들과 산책에서 이 부회장의 초대를 받고 “얼마든지 가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은 3개월 만에 지켜졌다.
EUV동은 지난해 2월 착공돼 2020년 2월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지금은 건설 단계에 있다. 이 부회장은 EUV동 건설현장에서 경과를 보고받으며 그 내용을 함께 경청하는 문 대통령에게 “이것을 짓는 돈이면 인천공항 3개 짓습니다. 이 건물 하나를 짓는데요”라고 말했다.
건설 경과를 보고하는 직원을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등 뒤에서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며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어딘가 자신감에 차 있고, 한편으로는 웃음기가 묻어나는 표정도 지었다. 문 대통령은 뒤를 돌아보며 “오! 그래요?”라고 답했다.
SBS 방송화면 촬영
이 부회장의 표정은 대중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평소 경직된 듯 진의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이 부회장의 표정과 사뭇 달랐다.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이 부회장이 매우 신났을 때 짓는 표정을 은연 중에 드러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표정은 문 대통령과 거리감을 좁혔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집권한 뒤 2년간 국내·외 행사에서 이 부회장을 7차례 만났다. 지난해 7월 9일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제2공장 준공식에서 처음, 같은 해 9월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번째로 이 부회장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또 올해 1월 2일 신년 인사회, 같은 달 15일 기업인과 대화에서 이 부회장을 만났다. 지난 2월 27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방한 오찬에서도 이 부회장과 동석했다.
한편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으며 현재는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