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속 20회 촬영에 기소유예” 무죄 전략 공유하는 성범죄자들

입력 2019-05-01 00:04
게티이미지뱅크


“치마 속 20회 촬영했는데 기소유예 받았어요”
“여성의 다리를 촬영했으나 혐의없음 나왔습니다”

성범죄 혐의로 조사받게 된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지난 29일 게재된 해당 게시글에는 “시국이 시국인데 비법이 뭔지…” “전생에 독립운동 하신 건가요” “한 줄기 희망이 되네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성범죄에 대한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이 커뮤니티는 성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모였다. 해당 커뮤니티 가입자는 1만명에 육박한다. 전체 게시글도 1만6000개가 넘는다.

회원들은 범죄 종류에 따라 강제추행, 강간(미수), 공중장소 추행, 불법촬영, 아동·청소년, 성매매, 특수·강력·상해 등으로 나뉘어진 게시판에서 자신이 겪은 구체적인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사건의 경위를 들은 회원들은 형량을 예측하거나 양형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와 함께 격려도 이어졌다.


최근 “채팅 앱에서 조건만남을 통해 성매매를 했는데 미성년자였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에는 갖가지 조언을 담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저도 아동·청소년 성 매수 혐의로 조사 진행 중인데 경찰 조사 중에 함정수사가 있으니 무조건 모른다고 하세요”
“거짓말탐지기 하라고 하면 반드시 거부하세요”
“여성단체 같은 곳에 기부하고 증거 제출하면 양형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커뮤니티 관리자가 직접 작성한 ‘사건별 대응 방안:미성년자 성 매수’ 글의 주소도 댓글에 공유됐다.

커뮤니티에서는 변호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커뮤니티가 공인한다며 추천한 변호사는 ‘부장 검사’ 출신이라며 성공사례가 매우 많다고 밝혔다. 해당 사이트의 ‘형사합의·불기소 사례’ 게시판에는 제휴를 맺은 로펌에서 이뤄낸 성과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다.



커뮤니티를 두고 네티즌들의 공방이 뜨겁다. 네티즌들은 “반성의 모습보다 수사과정의 허점을 파악하려는 것 아니냐”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정말 성범죄자가 아닌데 이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