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을 향해 ‘군사적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다만, 먼저 군사적 옵션을 우회 언급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응하는 형식이라 당장 판을 깨겠다는 위협은 아니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30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지난 24일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로변경’을 운운했는데, 이것은 최대의 압박과 경제봉쇄로도 우리를 어쩔 수 없게 되자 군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우리 제도를 무너뜨려보려는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접고 군사적 행동을 고려한다면 북한도 이에 군사적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러나 최 제1부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연말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당장 북·미 핵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최 제1부상은 “김 위원장 동지께서는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해 말까지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면 핵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시한부를 정해주셨다”며 “우리의 비핵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때가 되면 비핵화를 할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현재의 셈법을 바꾸고 입장을 재정립해 나오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금처럼 문제를 헤집고 딴길에서 헤매면서 우리가 제시한 시한부 내에 자기 입장을 재정립해서 나오지 않는 경우, 미국은 참으로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 제1부상의 발언은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취하지도 언급하지 말라는 것임과 동시에 미국이 빨리 협상안을 들고나오라는 얘기”라며 “양측의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 오늘과 같은 신경전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저강도 도발이자, 미국과의 기싸움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 “그것(비핵화 협상은)은 평탄치 않고 도전적일 것”이라며 “협상이 깨지고 그것(비핵화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분명히 우리는 경로를 바꿔야 할 것이다. 우리의 (비핵화) 임무는 매우 분명하다”고 말해.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