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 있었다”
B사장은 우선 C씨에게 1000원짜리 뭉치로 퇴직금을 건넨 건 분명 잘못된 일이었다고 시인했다.
“제가 연금통장을 깨고 돈을 찾으면서 너무 성질이 났어요. 저도 살기 힘든데 700만원을 한꺼번에 빼서 달라고 잠깐 화를 참지 못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C씨에게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C씨와 애초 퇴직금을 300만원으로 합의했는데 C씨가 뒤늦게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뒤 7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B횟집에서 함께 일하는) 제 안식구가 (퇴직금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언니 퇴직금 300만원 넣어줄게’라고 했고 그리고 그 분은 ‘그려~’라며 별다른 말없이 나갔어요. 그런데 느닷없이 노동부에 신고해서 추가로 700만원을 내라고 하는 거예요.”
“3개월에 나눠주겠다 했지만 거절당해 화풀이”
B사장은 법이 그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상황이어서 근로감독관을 통해 3개월 동안 한 달에 230여만원씩 나눠 입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C씨는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돈 더 주라고 하는데 제가 어떻게 떼먹겠습니까? 근데 자꾸 한꺼번에 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제가 살기 너무 힘들어 3개월로 나눠줄테니 이해해달라고 해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오죽하면 근로감독관이 ‘어떻게 4년을 함께 근무했는데 저렇게 업주를 못 믿느냐’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B사장은 장사가 안 돼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700만원이라는 목돈을 마련하기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제가 사장이지만 돈 쌓아두고 사는 게 아니에요. 빚도 산더미고요. (납품받는) 물고기 값도 제때 못 주고 나눠가며 내주고 있을 정돕니다. 그래서 석 달로 나눠 한 달에 230만원씩 700만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한 번에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땐 너무 서운하고 괘씸했죠.”
B사장은 자신의 연금통장을 깨고 700만원을 찾았다. 순간 욱하는 마음에 1000원짜리로 찾아 C씨에게 찾아가라고 했다. 잘못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뭇매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 돼 괴롭다고 했다.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평생 경찰서 한 번 가지 않고 성실히 살았는데 억울하다고 했다.
“갑질 업주 낙인에 불매운동, 폭언까지… 죽고 싶다”
“제가 그분과 근로계약서를 어떻게 썼는지도 몰라요. 초등학교도 못 나온 사람이 근로계약서 같은 걸 알겠어요? 지금까지 다른 분들과 똑같이 대했을 뿐이에요. 전 성실히 살았습니다. 경찰서 간 적도 없고 누구랑 싸워도 자리를 피하며 살았고요. 그런데 세상에 가장 악독한 업주가 됐고 제 일로 시장 전체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니 환장하겠어요.”
B사장은 죽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몸과 마음이 아파 누워있다고 했다.
“제가 7년 전 암 수술을 받았어요. 지금도 손 벌벌 떨면서 일합니다. 지금도 내복 입고 살 정도로 약하고요. 근데 이일로 화병이 났습니다. 병원 신경과를 찾아가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더군요. 그러다 죽는다고요.”
시장 불매운동도 그를 짓누르고 있다. B사장은 “절 100% 나쁜 사람으로만 모는 것도 그렇고 이 일로 불매운동이 이는 것도 그렇고…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횟집 상호와 전화번호를 찍은 사진이 공개돼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직전에 어떤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서 ‘손가락 잘라라’ ‘왜 안 뒈지냐’는 식으로 폭언을 하더라고요. 제가 아는 게 없어 전화녹음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 정도로 죽을 짓을 했습니까?”
대천항 수산시장 상인회 전병전 사무국장은 이날 낮 보령시청 기자실을 찾아와 “정신적 물질적 아픔을 겪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피해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모든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산시장 모든 근로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고 취업방해 등 불공정한 고용형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보령시청은 ‘근로자의날’인 1일 대천항 수산시장 상인회를 찾아가 사업주가 알아야할 노사관계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