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들이 31년간 이어져온 ‘헤이세이(平成)’ 시대와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1일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과 함께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아키히토(明仁·86) 일왕은 30일 오후 5시 퇴위식을 갖고 물러났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202년 만이다.
NHK, 아사히TV 등 일본 언론은 헤이세이를 추억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고쿄 앞 광장에는 30일 아침부터 기념촬영 등을 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고쿄는 일왕과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궁이다.
가나가와현에서 왔다는 65세 여성은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하며 “헤이세이 시대를 정말로 즐겁게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에 사는 25세 남성은 “내가 태어난 시대의 마지막을 눈에 담고 싶어 왔다. 동일본 대지진 등 재해도 많았지만, 30년 동안 애써준 아키히토 일왕 부부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주오구의 헤이세이 기차역에도 아침부터 인파가 몰렸다. 1991년 신흥 주택단지로 조성된 이 역 주변 지역은 연호를 따 ‘헤이세이’로 명명됐다고 한다. 이후 인구가 증가하자 1992년 기차역을 짓고 ‘헤이세이역’이라고 이름 붙였다. 시민들은 역 이름이 적힌 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거나 인쇄 티켓을 구입했다.
헤이세이역은 아침 저녁 통근·통학 시간대 이외에는 비교적 한산하지만, 헤이세이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창구가 열리기도 전에 50명 이상이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렸다. 이후에도 인파가 몰려 역무원과 경찰관 등이 경계를 서기도 했다.
헤이세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해 기다렸다는 54세 남성은 “티켓 10장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고 말했다.
쇼와(昭和) 시대부터 운영돼온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떡집이 30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추억의 맛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1955년 개업해 장사를 이어온 주인 테루야씨는 어느덧 94세 노인이 됐다.
테루야씨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일만 하며 살았다. 오늘이 끝나면 여생을 천천히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가사키시의 한 백화점에서는 일본 전통 과자인 센베이에 ‘헤이세이’ 문구를 새겨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헤이세이 마지막 날 저녁 메뉴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설문조사 기관이 인터넷상에서 일본 전국 20~50대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시(초밥)’를 먹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16%로 가장 많았다. 불고기가 10%로 2위를 차지했다. 조사업체 측은 “헤이세이 마지막 밤에 고치소우(ごちそう·훌륭한 음식)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기와 함께 연호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다. 날짜와 시간을 연호와 함께 표시하고, 관공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연호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그만큼 일본인들에게 일왕의 퇴위에 따른 연호 교체는 한 시대를 마감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