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루, 의원실 감금, 회의실 숨바꼭질… ‘동물국회’가 남긴 오점들

입력 2019-04-30 15:45
26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아침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의안과 문을 여는 데 사용된 쇠 지렛대(빠루)를 들고 있다. 뉴시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논의를 위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가 많은 상처를 남긴 채 6일 만에 마무리됐다. 의장실 점거, 의원 감금, 의안과 폐쇄 등 불법이 난무하면서 국회 마비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물을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24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단체로 찾아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사·보임 건을 승인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과 국회 관계자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문 의장이 자신의 볼을 만졌다며 ‘성추행’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장은 의장실 점거의 충격으로 저혈당 쇼크 증세를 보여 병원에 이송됐고, 결국 30일 심혈관질환 수술을 받기로 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 갇힌 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기자회견 하고 있다.

25일에는 오신환 의원 대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 된 채이배 의원의 회의 참여를 막기 위해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의 채이배 의원실을 소파 등으로 막는 사태가 벌어졌다. 채 의원은 창문 틈으로 고개를 내밀어 ‘감금 기자회견’을 열었고, 6시간여 만에 풀려났다.

26일 새벽에는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본관 내 의안과를 점거하자, 방호과 직원들이 속칭 빠루(쇠 지렛대)와 망치를 동원해 사무실 문을 부수는 일까지 생겼다. 결국 법안은 헌정 사상 첫 ‘전자 발의’로 진행됐다. 국회사무처는 30일 성명 불상의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들을 형법 제144조에 따른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의 파손된 문을 스티로폼으로 가리고 있다. 뉴시스

주말 내내 대치를 이어가던 국회는 29일 밤이 돼서야 사개특위, 정개특위 회의를 열었다. 이상민 사개특위,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기존 회의실이 아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각각 회의를 열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회의에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김재원 한국당 의원이 투표 방해를 위해 기표소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아 회의가 지연되기도 했다.

6일간 벌어진 여야 대치는 국회법을 무더기로 위반했다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야 의원들이 보여줬던 대치는 국회법 147조 발언 방해 등의 금지, 148조3 회의장 출입의 방해 금지, 165조 국회 회의 방해 금지, 166조 국회 회의 방해죄 등에 해당된다. 회의 진행을 방해한 야당이나, 회의장 출입문을 걸어 잠근 여당이나 국회법을 위반한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