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 성추행’ 아내, 2심 후 첫 심경 고백 “허무하고 화나”

입력 2019-04-30 15:25 수정 2019-04-30 15:41
보배드림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고인의 아내 A씨가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글을 올려 “납득할 수 없는 항소심 결과에 허무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A씨 남편은 최근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A씨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많이 경험하고 나니 남편 재판에 혹시라도 영향이 가진 않을까 (걱정돼) 행동과 말 하나하나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며 “틈틈이 소식 전달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글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10일 보배드림에 올린 마지막 글 이후 약 7개월 만에 전한 근황이다.

이어 “(보석 허가 이후) 남편이나 저나 가슴 속에 큰 돌덩이가 박힌 것처럼 답답하고 꽉 막힌 심정이었지만 혹시나 저희의 마음이 아이에게 영향이 갈까봐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했었다”고 덧붙였다. A씨 남편은 지난해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가 38일 만에 풀려났다.

A씨는 “저희는 항소심에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많은 자료와 증거를 제출했고 합리적인 재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면서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너무 허무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정말 잘못했고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정말 억울한 사람도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많이 지치고 힘들지만 다시 한번 아직 대한민국에 정의로움이 남아있다는 걸 기대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A씨가 지난해 9월 보배드림에 올린 글로 인해 큰 화제가 됐다. 당시 A씨는 남편이 성추행범으로 몰려 징역형을 살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남편이 다른 여자를 추행해서 구속됐다는데 제가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면 이렇게 글까지 올리겠느냐”며 남편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게시했다.

A씨가 함께 올린 사건 현장 CCTV가 흐릿했던 탓에 네티즌 사이에서도 성추행 여부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성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CCTV에 따르면 A씨 남편과 피해 여성이 스쳐 지나간 시간은 1초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피해 여성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다면 어떤 이해관계도 없는 처음 본 남자를 자비를 들여 변호사까지 선임해 약 1년간의 재판을 통해 성추행범으로 만들 이유도 없다”고 호소했다.

2심도 피해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부산지법 형사3부(남재현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 남편 B씨(39)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실형은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160시간 사회봉사,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지 않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