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030년까지 메모리는 물론 비메모리에서도 명실상부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동안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메모리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10분기 만에 최악의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하락하면서 최근 10분기 만에 가장 적은 흑자를 올렸다.
삼성전자는 올 1∼3월(1분기) 연결 기준 확정 실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2조3855억원, 6조2333억원을 올렸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60조5637억원보다 13.5% 줄었고 직전 분기(59조2650억원)보다는 11.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5조6422억원)보다 무려 60.2%나 급감했다. 전 분기에 비해선 거의 반토막이 났다. 10조8006억원이던 것에서 42.3%나 줄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치명타를 입힌 건 주력 사업인 반도체다. 반도체 사업의 매출은 14조4700억원, 영업이익은 4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흑자가 5조원을 밑돈 것은 2016년 4분기(4조9500억원) 이후 9분기 만에 처음이다.
영업이익률도 28.5%로 역대 최고치였던 1년 전(55.6%)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 같은 실적을 두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편중’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많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화성캠퍼스에서 7나노 EUV(극자외선) 공정으로 양산한 세계 첫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출하식을 여는 자리에서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메모리는 물론 비메모리에서도 명실상부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이 담겨 있다.
앞서 지난 24일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사업은 올레드 패널 출하 감소와 LCD 패널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5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등 IM(IT·모바일) 부문도 갤럭시 S10의 판매 호조로 1조5100억원이었던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50.3%나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3조7700억원)에 비해선 훨씬 못 미쳤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2800억원)의 2배 수준인 5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