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에서 주요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비율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부터 ‘정시 30%룰’(수능 위주 정시모집 선발비율을 30% 이상) 적용으로 정시 비중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특히 고려대는 학종에 가까운 학생부교과전형을 대폭 늘려 지난해 대입제도 공론화 취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향후 교육부 대응이 주목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30일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의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발표했다. 각 대학이 입학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발표하는데 이를 교육부가 취합한 내용이다.
전체 모집인원은 34만7447명으로 전년도보다 419명 줄었다. 교육부가 정시 확대 기조로 전환하면서 수시모집 비중은 소폭 줄었다. 수시에서 26만7374명(77%) 정시에서 8만73명(23%)을 뽑는다. 전년도 수시는 26만8776명(77.3%), 정시는 7만9090명(22.7%)이었다. 지난해 확정된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은 정시에서 30%를 뽑도록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려면 고교 내신 성적 위주인 학생부교과전형으로 30% 뽑아야 한다. 2022학년도를 앞두고 대학들이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시 비중을 소폭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권 주요 15개 대학들도 정시를 소폭 늘렸다. 그러나 학종을 더 많이 올렸다. 우수 학생 선점을 위해서로 파악된다. 연세대는 수능 위주 비중을 27%에서 30.7%로, 학종은 34.9%에서 48.9%로 올렸다. 논술과 실기전형을 줄인 인원을 수능 전형에 조금 학종에 많이 배정했다. 이화여대는 수능 비중을 20.6%에서 30.7%로 올려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에 부응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움직임은 조금 다르다. 서울대는 학종 비중을 79.6%에서 78.1%로 거의 줄이지 않았다. 수능 비중도 20.4%에서 21.9%로 소폭 늘렸을 뿐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2022학년도를 앞두고 서울대가 수능 비중 30%를 맞추기 위해 정시를 25%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빗나갔다. 고려대는 학종을 62.3%에서 47.5%로 줄였다. 수능 전형은 16.2%에서 18.4%로 소폭 올렸다. 대신 학생부교과전형을 9.6%에서 27.8%로 3배가량 끌어올렸다. 그러나 고려대의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성적과 면접 그리고 수능 최저기준이 설정된 사실상의 학종이란 평가다. 고려대의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을 합치면 75.3%로 서울대 수준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부교과 30%를 통해 수능 전형 30% 확대를 피하려는 것”이라며 “학생부교과 30%는 학생 선발이 어려운 비수도권 대학을 위한 내용이다. 고려대는 해당사항 없다. 지난해 공론화 결과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고려대가 2022학년도에서 이런 비율을 유지하면 재정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