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해산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9일 오후 3시 41만명을 넘어서면서 정당해산 절차를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청원을 통한 정당해산이 실현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네티즌들의 궁금증도 커졌다.
청원인은 지난 22일 올린 청원글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었음에도 걸핏하면 장외투쟁과 정부의 입법을 발목잡기를 하고 소방에 관한 예산을 삭감해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하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다”며 정당 해산을 주장했다.
청원인의 이러한 주장이 정당해산 요건에 해당하는지, 실제 절차는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살펴봤다.
정당 해산, 어떤 경우에 가능한가
우리나라에서 정당해산심판권한은 헌법재판소만이 갖는다.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헌재가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위헌정당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는 취지다. 심판 청구권은 정부가 갖는다. 일반 국민은 헌재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국민들은 정부를 향해 청원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성립하게 되는 배경이다.
물론 다수가 요구한다고 정부가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는 건 아니다. 특정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때 정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헌재에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정당 해산은 재판관 7인 이상이 출석해 그중 6인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해진다. 해산 결정이 선고되면 해당 정당은 당해년도 안에 해산해야 한다.
국민청원에서 언급된 ‘통진당 정당 해산 판례’는
청원자는 또 “이미 통진당(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을 한 판례가 있기에 반드시 자유한국당을 정당 해산시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기를 간곡히 청원한다”고 적었다. 통진당 사례를 한국당과 비교한 것이다.
2011년 12월 창당한 통진당은 2014년 12월 19일 헌재 결정에 따라 강제 해산됐다. 이는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해산심판이자 헌재 판단을 통해 정당이 강제해산된 첫 사례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통진당을 단순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통진당의 경우 사건이 헌재의 결정 테이블에 올랐을 당시 소속 이석기 의원 등이 내란음모·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확정 판결은 정당해산이 결정된 뒤 내려졌지만 체제전복 활동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찬반을 떠나 정부가 통진당을 위헌정당이라고 주장할 최소한의 근거는 있었던 셈이다.
국민청원을 통해 한국당 정당 해산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국민청원을 통한 한국당 해산 가능성에 대해 단호하게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답변을 내놓아야 하겠지만, 정부가 헌재에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라며 “국민청원은 단지 현재 한국당의 행태에 반대하는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의사표현으로 해석해야지, 실제 정당해산까지 몰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국익을 침해한 경우나 국가의 존폐 위기가 걸린 중대한 사항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국민들의 청원 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정당을 해산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만약 정부가 국민청원 열기가 뜨겁다고 정당해산을 추진한다면 그때부터 민주주의는 무너지는 것”이라며 “정당해산까지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고 정당을 해산시킬 수는 없다는 논리다.
이어 최 교수는 “당을 없앨 바에는 차라리 다수제에 입각한 내각제를 통해 권력 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태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