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했다. 최종 우승팀은 리버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은 알리송 베커,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함께 최고의 시즌을 보낼 것이다.”
지난해 8월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가 SNS에 올린 글이다. 같은 브라질 출신인 알리송과 피르미누의 선전을 기원하며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예상했다. 그의 예측은 유효하다. 리버풀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8-2019 프리미어리그에서 폐막 2경기를 앞둔 36라운드까지 단 1패만을 당했다.
지금까지 획득한 승점 91점은 리버풀 창단 이후 최고 점수다. 시즌 종료까지 두 경기가 남아있는 만큼 산술적으로 최대 승점 97점까지 얻어낼 수 있다. 공식전 10연승을 달리는 리버풀의 기세를 고려했을 때 2연승은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그러나 리버풀 이상으로 훌륭한 시즌을 보낸 팀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맨체스터 시티다. 맨시티는 승점 92점을 기록하며 리버풀보다 승점에서 1점 앞서고 있다. 남은 두 경기에서 승리하면 승점 98점으로 자력 우승을 거두게 된다. 이 경우 리버풀은 2연승을 거둬도 97점으로 준우승을 차지한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우승팀의 평균 승점은 86점이었다. 리버풀이 2연승을 거둘 경우 작성할 97점은 단 한 시즌만 제외하고 리그 26년사에서 모두 정상에 설 수 있는 점수다. 지난 시즌의 경우 맨시티가 승점 100점을 기록하고 우승했다. 그밖의 시즌에서 우승팀의 승점은 모두 97점보다 아래였다. 한 시즌에 두 팀이 승점 90점 이상을 기록한 적도 처음이다. 맨시티가 아니었다면 리버풀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는 얘기다. 펠레의 예측은 또다시 ‘저주’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펠레의 저주’는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징크스 중 하나다. 펠레에게 우승 후보로 지목된 팀들은 번번이 조기 탈락하거나 우승이 불발됐다. 반대로 혹평한 팀은 선전했다. 펠레의 예측이 ‘저주’로 불리는 이유는 그래서다.
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펠레에게 칭찬을 받거나 핵심 전력으로 지목받은 선수는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대회를 마감하는 일이 많았다. 펠레가 예언하면 지목당한 팀의 선수들이 매우 큰 심리적 부담을 가지고 경기를 하게 돼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그만큼 펠레의 예측은 항상 관심 대상이었다. 리버풀이 우승을 놓치면 ‘프리미어리그판 펠레의 저주’ 이야기는 세계 축구팬에게 영원히 회자될 것이 자명하다. 리버풀의 어깨가 무겁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