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려는 여야 4당과 이를 반대하는 제1야당이 전면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3년 전인 2016년에는 구도가 정반대였다. 선거구 획정 문제를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자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선거법의 ‘단독 개정’을,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합의’를 강조하며 맞섰다. 입장은 뒤바꼈지만, 여전히 여당은 야당을 패싱한 채 속도전을 벌이고 야당은 자기 입장만 고수한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시 여야의 선거법 논의는 법정 시한까지 넘겨가며 계속됐다.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새누리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민주당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선거구가 없는 초유의 상황이 2달 가까이 지속됐다.
이에 새누리당은 직권상정을 통해 자신들의 선거구 획정안을 단독 처리하려고 했다.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 개정까지 불사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은 야당 결재법이다. 이로 인해 국회가 식물국회가 됐다”고 했다. 여야 간 합의를 강조하며 여권의 독단을 성토하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도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여야 합의 없이 선거구 획정을 강행하려는 새누리당을 향해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이다.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비판했다. 지금의 한국당과 같은 목소리를 낸 셈이다.
물론 패스트트랙과 직권상정을 통한 법 개정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최장 330일의 합의 기간이 주어지는 만큼 여야가 대화할 여지는 충분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간에 합의만 강조하고 있어, ‘여야 합의’를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차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발하는 한국당에 대화와 협상을 제의하기 보단 ‘팩스 결재’, ‘사·보임’ 등의 강수로 대응해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