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은 29일 권은희 의원이 만든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별도 발의하고 패스트랙에 수정안을 함께 올리자고 제안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 교체 강행으로 당내 내홍이 극심해지자 고육지책으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김관영 원내대표와 연일 각을 세우고 있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즉각 “세계토픽감 바보짓” “양치기소년의 새빨간 거짓말”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권 의원을 지난 25일 패스트트랙 논의 과정 중 돌연 사임시키고서 4일 뒤 다시 권 의원의 법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권 의원과 오 의원 두 분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두 분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여야 4당(자유한국당 제외) 합의사항 이외의 내용을 담아 바른미래당표 공수처법을 별도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오 의원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른정당계 좌장격인 유승민 의원이 지난 28일 최후통첩 식으로 요구한 사·보임 원위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교체된 채이배·임재훈 의원의 사개특위 위원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오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언급한 자당의 별도 공수처법 발의에 자신도 동의했다는 주장을 즉각 부정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양치기 소년, 김 원내대표의 새빨간 거짓말이 또 시작됐다”며 “저는 합의 또는 동의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 원내대표와 권 의원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제게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은 아니고, 제가 ‘권은희안’에 동의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 최고위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법과 권은희안은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내용이 있다”며 “서로를 부정하는 법안 두 개를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올리자는 것은 엽기적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하 최고위원은 “국회를 바보로 만드는 정도가 세계 토픽감”이라며 “민주당 법을 폐기하고 권은희안만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전에 강제 사·보임 철회를 먼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