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박유천이 구속 후 첫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전 여자친구이자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는 박유천과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어 양측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박유천을 28일 오후 2시쯤 불러 조사했다. 박유천은 올해 2~3월 황하나와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5번에 나눠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박유천은 이날 조사에서도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실관계 등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박유천 측의 요청에 따라 약 3시간 만에 조사를 마무리했다.
박유천은 황하나가 마약 투약 공범으로 자신을 지목하자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며 결백을 호소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에서 마약 반응 양성 결과가 나왔을 때도 법률대리인을 통해 “마약을 한 적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은 변함없다. 어떻게 마약이 체내에 들어갔는지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황하나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함께 마약을 한 사람으로 박유천을 지목하고 있다. 경찰은 황하나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마약 판매상으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발견했다. 황하나는 박유천이 판매상과 나눈 대화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수사 끝에 이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에는 박유천이 서울의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수십만원을 송금하고, 20~30분 뒤 인근 장소에 황하나와 함께 나타나는 장면이 찍혔다. 두 사람은 해당 장소에서 마약으로 보이는 물건을 가져갔는데, 경찰은 이들이 판매자에게 돈을 먼저 입금하고 약속된 장소에서 마약을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후 박유천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황하나의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CCTV도 확인했다. 그러나 박유천은 “황하나의 부탁을 받아 돈을 입금했던 것”이라며 “찾은 물건이 마약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의 진술이 자세하고 명확하다고 판단해 박유천과의 대질 조사도 검토 중이다. 황하나는 박유천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눈물을 흘리며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