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의 사령탑 펩 과르디올라는 원톱 스트라이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의 정적인 움직임을 용납하지 않는다. 활발하게 전방을 압박하며 상황에 따라 중원 깊숙한 공간으로 내려와 빌드업 과정에 관여하도록 지시한다.
과거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시절을 생각하면 과르디올라 감독이 최전방 공격수에게 유독 까다롭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떠나보낸 공격수가 수두룩하다. 바르셀로나에서 사무엘 에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뮌헨에서 마리오 만주키치와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와 불화설에 휩싸였다. 모두 전술적 충돌이 이유였다.
맨시티에서는 다르다. 주축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와는 단 한 번의 불화설조차 없었다.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초기에는 열 살 아래 공격수 가브리엘 제수스가 좀 더 기회를 받으며 아구에로가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간결한 패스를 선호하며 활동량이 적은 아구에로는 과르디올라 감독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아구에로는 과르디올라 철학에 맞춰 스스로 스타일을 변화했다. 아구에로가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이후 활동량과 관련된 모든 수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정황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스프린트, 드리블, 볼 터치 등 보다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결국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가브리엘 제수스를 밀어내고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구에로는 통산 리그 237경기에 출전해 163골을 넣었다. 단순히 득점이 많다는 것뿐 아니라 골 순도도 매우 높았다. 결승골을 수차례 터뜨렸다. 1대 0으로 승리했던 28일 번리와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원정에서도 그랬다. 뒷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극단적인 수비 일변도의 전술을 펼친 번리에 천금 같은 선제골을 꽂아 넣었다. 맨시티는 아구에로의 득점에 힘입어 이제 남은 2경기에 승리하면 자력 우승을 확정 짓게 된다.
아구에로는 이 득점으로 6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20호골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아구에로는 163번째 득점을 터뜨리며 리버풀의 전설적인 공격수 로비 파울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스널의 전설 티에리 앙리(175골)를 넘어서는 것 역시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도 리버풀의 측면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21골)와 사디오 마네(20골)와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시즌 초 “아구에로는 보면 볼수록 놀랍다. 매 시즌 발전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많은 원톱 공격수들과 불화를 겪었던 그가 아구에로만큼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