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실시된 스페인 조기총선에서 극우정당이 최초로 하원에 입성했다. 극우 성향 정당이 원내에 진출한 것은 44년 전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정권이 종식된 이후 처음이다.
스페인 총선 개표가 99% 진행된 가운데 극우정당 복스(Vox)는 득표율 10%로 하원 의석 350석 중 24석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2016년 총선에서 득표율 0.2%에 그쳤던 복스는 3년 만에 득표율이 50배 이상 올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은 득표율 29%로 123석을 얻으며 원내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지난해 6월 야당의 불신임으로 정부를 사회당에게 빼앗긴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득표율 2위에 그쳤고, 의석수도 반토막 났다.
사회적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복스는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현 사회당 정부의 포용적인 난민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복스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행보에도 비판적이며, 낙태법 강화와 가정폭력 방지법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복스 당대표인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스페인을 다시 위대하게(make Spain great again)’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표심을 얻었다. BBC방송은 “복스는 극우정당이라는 꼬리표를 거부하고 있지만 난민, 이슬람에 대한 그들의 견해는 다른 유럽국가의 극우정당과 궤를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강도 높게 추진한 것에 반기를 드는 극우파 유권자들이 카탈루냐 독립선언 당시 집권당이던 국민당에 등을 돌리고 복스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복스의 약진은 국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라는 것이다.
한편 원내 제1당에 오른 사회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해 당분간 정당 간 이합집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사회당은 좌파 성향인 포데모스와 중도 우파 시민당과 연합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