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롯데 두 사령탑 설전이 만든 ‘이례적’ 벤치클리어링

입력 2019-04-28 21:22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트의 경기, 8회말 2사 1,2루 두산 정수빈이 롯데 구승민의 투구에 맞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두산이 9-2로 크게 앞서고 있는 8회 말, 2사 상황에서 롯데 구승민이 던진 공이 두산 정수빈의 허리를 강타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정수빈은 고통을 호소했다. 앞선 7회에도 두산 정병곤이 상대 투수의 공에 허리를 맞았던 터라 양 쪽 모두 신경이 날카로운 상황이었다.

정수빈이 쓰러지자 김태형 두산 감독이 홈플레이트 근처로 걱정어린 표정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롯데 공필성 코치와 구승민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트의 경기, 롯데 양상문 감독이 8회말 두산 정수빈의 몸쪽볼 상황에서 두산에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이를 지켜보던 양상문 롯데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왔다. 김태형 감독이 심판을 통하지 않고 롯데 선수단에 직접 불만을 표한 것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더그아웃에서 이 상황을 지켜본 김태형 감독이 다시 홈플레이트 근처로 걸어와 양상문 감독과 설전을 벌이며 대치했다. 그러자 양 팀 선수들이 모두 홈플레이트 근처로 몰려나왔다. 다행히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벤치클리어링은 사령탑 간 충돌로 촉발된 만큼 이례적인 일이었다. 프로야구에서 선수 사이간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사령탑간 싸움으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는 건 흔치 않기 때문이다.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트의 경기, 8회말 두산 정수빈이 롯데 구승민의 투구에 맞은 가운데 양팀 감독의 감정싸움으로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뛰어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yesphoto@newsis.com

김태형 감독은 구단을 통해 “7회 정병곤에 이어 8회 정수빈까지 투수 공에 맞았다”며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공필성 코치와 구승민에게) 항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양상문 감독도 “몸에 맞는 공은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의도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김태형 감독이 공 코치와 구승민에게 항의해서 나도 김태형 감독에게 ‘왜 우리 코치와 선수에게 불만을 표하는가'라고 맞섰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는 양팀 모두에 상처를 안겼다. 두산은 9대 2로 완승하며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고 롯데전 8연승도 이어갔다. 그러나 손실이 컸다. 정수빈은 구승민의 공을 맞은 뒤 인근 올림픽병원으로 후송돼 전산화 단층 촬영장치(CT) 촬영을 했다. 검진 결과 오른쪽 8번째 갈비뼈가 골절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곧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해 재활에 돌입할 계획이다.
롯데도 벤치클리어링에 이어 5연패에 빠지면서 심리적 타격을 입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