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 논란이 한창인 미국에서 또다시 유대교 회당을 겨냥한 총기 난사 테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유대교 회랑에서 총기 테러가 발생한 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생명의 나무’ 회당 사건 이후 6개월 만이다. 현지 당국은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했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유대교 유월절(유대인의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명절) 마지막 날인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남부 파웨이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 10대 남성이 총기를 들고 들어가 난사했다. 60세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19세 백인 남성 존 어니스트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마코스 소속 학생으로 알려졌다. 어니스트는 AR-15 자동소총을 들고 회당에 들어가 총을 쏘다가 총기가 고장을 일으켜 발사되지 않자 그대로 도주했다. 이후 911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범인임을 밝힌 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어니스트는 회당 안에서 “유대인이 세계를 망치고 있다”는 등의 증오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터넷에 유대인 살해를 암시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로 11명이 숨졌다. 당시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반유대주의 범죄로 기록됐다. 미국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존 어니스트’라고 밝힌 사용자가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테러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를 찬양하는 글을 올렸던 것으로 파악돼 경찰이 동일 인물인지를 놓고 수사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애도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유세 도중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반유대주의와 증오 범죄의 해악을 강도 높게 규탄한다”고 말했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반유대주의와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 성향 뉴욕타임스(NYT)는 25일자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유대교 상징인 ‘다윗의 별’을 목에 건 개로 풍자한 만평을 올렸다가 반유대주의 혐오 표현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목줄을 쥔 트럼프 대통령은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에는 유대인 남성의 전통 모자인 ‘야물커’를 쓰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트위터에 NYT 만평을 올리며 “역겹다. 반유대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만평에 할 말을 잃었다”며 “이 만평이 진보 신문이 아닌 다른 곳에 실렸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NYT 만평 논란이 발생한 직후 유대교 회당 테러가 발생했음을 지적하는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