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갑질, 안가요!” 대천항 수산시장 불매운동 활활

입력 2019-04-29 00:05
“5월 3번째 방문 계획이었으나 취소합니다. 시골 계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네요.”

KBS 뉴스화면 캡처

충남 보령 대천항 수산시장의 갑질 논란에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2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천항 수산시장 불매운동하자’는 글이 큰 호응을 얻었다.

네티즌들은 대천항 수산시장 업주들이 퇴직금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직원에게 1000원짜리로 퇴직금을 지급한 것도 모자라 퇴출결의까지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KBS 뉴스화면 캡처

논란은 전날 KBS가 대천항 수산시장의 A횟집에서 4년 넘게 일하다 퇴직금 문제로 고통을 겪는 손정희(65)씨 이야기를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보도에 따르면 4년 넘게 주6일 하루 12시간 A횟집에서 일하고 매달 250만원을 받았던 손씨는 A횟집 업주가 그만두라고 하자 퇴직금을 요구했다. A횟집은 퇴직금을 왜 받으려고 하느냐며 300만원만 입금했다. 손씨는 이를 노동부에 진정했고 노동부는 법을 어겼지만 나머지 700만원을 추가로 입금하면 문제 삼지 않겠다며 화해를 권고했다.

화가 난 A횟집은 손씨에게 1000원짜리 지폐가 담긴 초장 박스를 건넨 뒤 직접 700만원을 세어가라고 했다. 손씨가 입금을 요청했지만 A횟집은 수수료가 들어간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손씨가 2시간반 동안 돈을 세는 사이 A횟집 부부는 왜 퇴직금을 달라고 하느냐며 타박했다.

KBS 뉴스화면 캡처

1000원 퇴직금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수산시장의 다른 B횟집으로 직장을 옮긴 손씨에게 다른 횟집 상인들이 집단으로 퇴출 압박을 가했다는 점이다.

B횟집 업주는 손씨가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이미 시장 상인들은 손씨를 고용하지 않기로 결의한 상태였다. 심지어 횟감을 요리하는 식당 사장들까지 나서 손씨를 자르지 않으면 횟감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손씨는 결국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유명 게시판마다 ‘대천항 수산시장 불매운동합시다’는 제목의 글이 이어 오르고 있다.

“그동안 퇴직금을 준 적이 없으니 못 준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퇴직금 안 준 건 현행법 위반이니 얼른 신고합시다”거나 “상인들 저래놓고 자기 자식들 퇴직금 못 받는다고 하면 화내겠지” 등의 글이 이어졌다.

보령시청 인터넷 게시판에도 하루종일 불매운동 다짐 글이 이어졌다.

보령시 ‘시민의 소리’ 게시판 캡처

문모씨는 “작년 1월에 처음 방문했고 6월에도 또 방문했다. 수산시장에서 회 사와 콘도에서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면서 “오는 5월 어버이날 즈음해 3번째 방문 계획이었으나 갑질논란 뉴스를 보고 계획 취소한다. 피해자 보니 시골에 계신 할머니 생각이 난다. 보령시가 제대로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모씨는 “이게 뭔가요 단체로?”라면서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변해야 산다”고 썼다. 충모씨는 “상인들이 똘똘 뭉쳐 열심히 살려는 사람을 죽이려 든다. 보령시 공무원들은 대체 뭐하고 있느냐”면서 “보령시 공무원들 당신들도 퇴직금 못 받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잖아. 일 똑바로 하쇼!”라고 질타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