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로즈, 토트넘의 ‘극한직업’… 이젠 미드필더까지

입력 2019-04-28 15:02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수비수 대니 로즈에게 올 시즌은 유독 다사다난했다. 끊이질 않는 인종차별에 심적인 고통을 호소하더니, 중반기가 넘어선 시점에서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얇은 선수층을 가지고 있는 토트넘에서 숨 고르기를 할 시간은 없었다. 본래 포지션은 왼쪽 풀백이지만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 포지션을 옮기기도 했다. 중앙 미드필더로도, 왼쪽 미드필더로도 뛰었다. 0대 1로 패했던 27일(현지시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그랬다.

토트넘은 27일 토트넘 홋스퍼에서 펼쳐진 웨스트햄과의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홈경기에서 0대 1로 패했다. 로즈는 미드필더로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에릭 다이어의 윗선에 위치해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함께 델레 알리의 뒤를 받쳤다. 로즈의 본래 포지션인 좌측 윙백으로는 벤 데이비스가 출전했다.

로즈의 미드필더 기용은 토트넘의 선수 기용폭이 굉장히 좁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로즈를 미드필더로 변화시키는 나름의 묘수를 발휘했다. 로즈뿐 아니라 중앙 수비수 후안 포이트 역시 우측 풀백으로 나섰다.

평소 도맡았던 전문 포지션이 아니라 다른 위치에 출전한 둘은 약속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선수들 전체적으로 손발이 맞지 않으며 공격의 부조화를 겪었다. 로즈와 에릭센으로 구성된 토트넘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효과적인 전진 패스를 넣어주지 못했다. 뒤쪽에서의 의미 없는 볼 점유율만 했을 뿐 토트넘은 정작 이렇다 할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포이트 역시 로즈와 다르지 않았다. 토트넘의 스리톱은 서로 간의 간격이 상당히 좁다. 상대 수비수들에게 강력히 전방압박을 넣기 위함인데 이를 위해선 풀백들이 측면에서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하지만 포이트가 오버래핑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다 보니 측면에서의 공격 전환에 문제가 생겼다. 측면에서의 수비 부담을 덜게 된 웨스트햄 수비수들은 전방에 있는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를 견제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로즈와 포이트의 부진이 연쇄적으로 손흥민과 모우라의 침묵을 부른 셈이다.

토트넘 홋스퍼 미드필더 대니 로즈가 28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라이언 프레데릭스의 전진을 방해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포체티노 감독과 로즈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도 로즈의 변칙 기용은 꺼낼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해리 윙크스, 무사 시소코, 에릭 라멜라 등 전문 미드필더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지난 경기에서 몇 차례 미드필더로 나선 경험이 있던 로즈를 다시 기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즈는 현재 토트넘 선수 대부분이 그렇듯 모든 경기를 뛰고 있다. 주로 공격수에 교체 카드가 사용되는 만큼 풀타임을 뛰는 경기도 많다.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상황에서 이날은 포지션 변동도 겪었다. 피로 탓인지 시즌 초와 같은 경쾌한 움직임은 사라졌다. 몸이 아주 무거운 모습이었다.

시즌 종료까지 토트넘에 남은 일정은 단 4경기.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을 꺾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할 경우 5경기까지 늘어난다. 부진에도 불구하고 팀 상황상 로즈가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포체티노 감독은 패배 이후 지친 선수단을 독려했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그런데도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