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24.3명이 자살하는 나라다. OECD에서 2번째로 자살률이 높다. 자살은 당사자의 죽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매년 자살 유가족이 8만여명이 발생한다. 그 누구보다 위로받아야 하지만 가족이나 공동체 내에서 정상적인 애도과정을 거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 역시 우울증과 자살위험에 또다시 노출되는 악순환을 거친다.
이광자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한국교회가 자살문제를 신학적으로 정리하는 동시에 유가족에 대한 돌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명예교수는 “자살 직후 6주가 유가족을 돌볼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면서 “교회가 이 과정을 돕고 유가족들이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봉환 대신대 부총장은 자살 유가족의 심리상태를 분석했다. 황 부총장은 “자살 유가족에게 가장 먼저 일어나는 감정은 ‘충격’”이라며 “충격으로 인한 공황상태는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의 2차 감정으로 전환되면서 더 많은 고통을 만든다”고 했다. 또 “크리스천의 경우 자살 문제를 신앙적으로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치심까지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자살유가족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황 부총장은 집단상담을 제시했다. 그는 “비슷한 경험을 한 유가족들과의 함께 이야기하며 상담하는 방식은 죄책감을 덜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인순 한국생명의전화 상담사는 주변인을 자살로 잃었던 경험을 털어놨다. 2010년부터 생명의전화에서 일하기 시작한 박 상담사는 트라우마를 극복해 내면서 자살상담에 뛰어들었다고 고백했다. 박 상담사는 “위로를 통해 자살 유가족은 정신적, 심리적 회복이 가능해진다”며 “교회 역시 인간에 대한 복음적 이해와 죽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