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1주년에 南은 기념식, 北은 미국 비난

입력 2019-04-27 17:03 수정 2019-04-28 13:25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이었던 4·27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는 문화 공연이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개최된다. 같은 날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장문의 비망록에서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연 ‘평화 퍼포먼스’는 이날 오후 7시부터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먼, 길’이라는 주제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걸은 판문점 내 6곳에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4개국 예술인들이 클래식 연주과 대중음악 등 여러 공연을 펼친다. 특히 양측 정상이 처음 손을 맞잡은 군사분계선에서는 미국 출신 첼로 거장 린 하렐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1번’을 연주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기념식수를 한 장소 앞 잔디밭에서는 일본인 플루티스트 타카기 아야코가 작곡가 윤이상의 곡을 연주한다. 그 옆에선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OST 중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진 ‘메리 고 어라운드’의 선율이 울려 퍼진다. 이번 행사는 오후 7시부터 약 50분간 생방송 중계된다.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질 예정인 가운데 북측은 현재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조평통은 이날 7500자 분량의 비망록을 발표, 김 위원장의 자주통일 관련 업적을 칭송하는 한편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조평통은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펼쳐주신 절세위인의 업적은 천추만대에 길이 빛날 것이다’라는 제목의 비망록에서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등에 대해 “전쟁의 문어귀로 다가서던 엄중한 정세를 돌려세우고 조국통일을 위한 새로운 여정의 출발을 선언한 민족사적 사변”이라며 “온 겨레가 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조선의 반통일세력은 겨레의 지향,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기대에 역행했다”면서 “미국은 남조선당국에 ‘남북관계가 미·조 관계보다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속도조절론을 노골적으로 강박해 북남관계를 자신들의 제재·압박 정책에 복종시키려고 책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평통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오늘도 계속되는 우리 민족 내부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전횡은 실로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 교착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 것에 대해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를 감행하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뜻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확대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 비선의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조선반도와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위험한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