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양’이라 불린 스리랑카 테러 주동자 “이슬람 극단주의 심취”

입력 2019-04-27 14:25 수정 2019-04-27 14:47
자흐란 하심의 모습. BBC뉴스 캡처

253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리랑카 연쇄 폭탄 테러 주동자로 알려진 자흐란 하심이 콜롬보 샹그릴라 호텔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저지르는 도중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내셔널타우힛자맛(NTJ)의 지도자인 하심은 지난 23일 이슬람국가(IS)가 스리랑카 테러를 감행한 8명의 영상을 공개했을 때 유일하게 복면을 쓰지 않고 가운데에 서있던 인물이다. 하심은 학창시절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졌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3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하심은 고학력자이거나 재계 거물이었던 다른 테러범들과 달리 빈민가정 출신인데다 퇴학을 당한 경력도 있다. 아버지의 직업은 상인이었으나 좀도둑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그는 네 명의 형제자매들과 방 두 개짜리 좁디좁은 곳에서 근근이 생활했었다.

하심은 12살부터 스리랑카 바티칼로아의 한 신학교에 다녔고, 당시에는 공부에 열의가 있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는 3년 동안 코란을 외웠고, 그 뒤론 이슬람 율법을 배웠다. 그러다가 점점 근본주의에 빠지게 됐고, 교사들은 하심이 코란을 과도하게 자유주의적으로 해석한다고 우려했다.

이슬람국가(IS)가 공개한 자흐란 하심과 테러범들의 모습. IS영상 캡처

하심을 가르쳤던 한 교사는 “그는 급진적 이슬람을 원한다고 밝혀왔다”고 NDTV에 말했다. 허구한 날 교사들과 논쟁을 벌이던 그는 결국 몇 년 뒤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하심은 퇴학당하고 나서도 무슬림 지역 사회 내에서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켰다. 그는 2006년 이슬람 사원인 다룰 아타르에 들어가 사원 관리 위원회에서 일했다. 하지만 거기서도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을 보여 3년 만에 내쫓겼다.

사원의 이맘(이슬람 성직자)은 “하심은 종교계 원로들의 조언을 무시했고 항상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며 “그는 여성이 귀걸이를 하면 안 된다는 등 과도하게 보수적인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슬림 사회에서) 자유를 깨뜨린 ‘검은 양(흰색 양에서 태어난 돌연변이)’이었다”고 덧붙였다.

스리랑카 테러 현장. AP뉴시스

하심은 달변가의 면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하심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직접 소규모의 이슬람 사원을 설립했다. 이후 그의 유창한 연설 능력을 악용, 주변 사람들의 이슬람 극단주의를 전파시켰다고 NDTV는 설명했다.

그의 추종자들이 이슬람 신비주의 분파인 수피교도를 흉기로 찌른 적도 있다. 당시 일부 스리랑카 주민들이 하심이 운영하는 사원의 위험성을 사전에 당국에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심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IS의 사상을 접한 뒤로 그의 연설은 더욱 극단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하심의 여동생인 마타니야는 “인터넷상에서 IS의 관점을 접한 하심의 사상은 점점 급진주의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하심의 설교를 들은 한 주민은 “그는 사람들을 죽이라고 말하고 있었다”며 “그건 이슬람 사상이 아니라 폭력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리랑카에서는 부활절이었던 지난 21일 테러 이후 추가 범행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성당과 교회, 이슬람 사원 모두 예배를 자제하고 미국은 스리랑카 주재 공무원 자녀들에게 귀환을 명령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