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시도가 자유한국당의 저지로 또다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26일 오후 8시 국회 사법개혁특위(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에서 해당 법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실력 저지로 정개특위는 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사개특위에서는 회의가 우여곡절 끝에 열려 관련법안 3건이 상정됐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에다 여야 간 고성이 오간 끝에 개의 1시간 만에 산회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사개특위 재적 위원 18명 중 5분의 3인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8명)과 바른미래당(2명), 민주평화당(1명) 의원들이 모두 참석하면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만 이날 회의에는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불참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사개특위 회의장과 정개특위 회의장을 모두 봉쇄한 채 민주당 및 정의당 의원들과 대치했다. 회의장 입구에서 스크럼을 짜고 드러누운 채 “독재 타도” “헌법 수호”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이 무산되자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산회 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수고하셨다. 우리의 비장한 각오와 단합된 힘으로 오늘 저들이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는 것을 막아냈다”며 강조했다. 이어 “우리에게 무엇보다 의미있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한국당에 지지와 신뢰를 보여주셨다는 것”이라며 “투쟁을 계속해 한국당을 국민들에게 더욱 유일한 희망, 더욱 믿을 수 있는 희망으로 만들어가는 데 모두 함께하자”고 부연했다.
한국당은 27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통해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를 위한 동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후 취재진과 만나 “주말 장외집회 때도 의원들이 국회에 비상 투입될 수 있도록 원내외 원외투쟁을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