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김학의·윤중천 연결고리 쫓는 검찰…공소시효 장벽 넘을까

입력 2019-04-27 00:20 수정 2019-04-27 06:37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범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2008년 이후 건설업자 윤중천과 김 전 차관 사이의 연결고리를 추적하고 있다. 2007년 12월 이전의 혐의는 뇌물·성범죄 모두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윤씨가 2008년 무렵부터 김 전 차관과 연락이 뜸해졌다고 언론 등에서 공개 발언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씨와 김 전 차관의 2008년 이후 범죄 정황을 찾기 위해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은 윤씨와 김 전 차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검찰은 우선 김 전 차관 등의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혐의를 아직까지 특정하지 못했다. 이들에게 특수강간(2인 이상이 합동해 성폭행한 경우)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강화된 2007년 12월 21일 이후 범행의 물적 증거가 나와야 한다. 2007년 12월 이전에 벌어진 특수강간 등 성범죄 혐의는 시효가 모두 만료됐다. 2008년 이후 성범죄 혐의를 입증할 물증이 발견돼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은 지난 25일 윤씨에게서 ‘별장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가 맞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이 영상을 자신이 찍은 것이라고 실토했다고 한다. 윤씨가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역시 수사의 변곡점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이 영상의 촬영 시점을 2007년 12월 이전으로 특정했기 때문이다. 윤씨는 시효 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뒤 동영상에 대해 진전된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최대한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최근 윤씨의 조카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피해 여성 이모씨의 성관계 사진 역시 2007년 11월 촬영됐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 역시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특수강간의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최근 참고인 조사에서 시효가 남아 있는 2008년 1~2월 무렵의 특수강간 피해 사실을 주장했지만 진술 이외에 다른 증거는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가 김 전 차관과 교류가 끊어진 시점을 2008년 무렵으로 밝히면서 뇌물 혐의 적용 역시 난관을 만났다.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일 때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는 2007년 12월 이전 벌어진 범행의 경우 공소시효가 최대 10년에 그친다. 2007년 12월 공소시효가 강화된 이후라도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일 때 10년의 공소시효(1억원 이상은 15년)가 적용된다. 현 시점에서는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2009년 이후 3000만원 이상의 금품·향응을 제공한 증거가 확보돼야 뇌물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

윤씨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법리 검토를 이미 마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MBC 스트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2005~2007년 추진했던 서울 양천구 목동 재개발 사업에서 실패했고, 2008년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김 전 차관이 전화를 잘 받지 않기 시작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씨는 최근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과의 면담에서도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건넨 적이 있지만 2008년부터는 교류가 뜸해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이후 김 전 차관에게 금품·향응을 건넸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2008~2009년 이후 성범죄·뇌물 혐의의 정황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실마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13년 경찰 수사 기록에는 윤씨가 2012년 4월 무렵 자신의 휴대전화로 김 전 차관의 집무실에 전화를 걸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는 김 전 차관이 광주고검장으로 재직하던 시기다. 이에 대해 윤씨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여성 중 1명은 2012년 3~4월 무렵 윤씨가 광주고검에 전화해 “형님, 저 윤중천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윤씨가 2008년 이후에도 김 전 차관과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보이는 대목은 또 있다. 윤씨의 조카 윤모씨는 2013년 경찰 조사에서 2008년 이후 윤씨와 김 전 차관의 연결고리에 대해 언급했다. 김 전 차관이 2012년 무렵 대전고검장으로 내정되자 윤씨는 자신과 아주 친하다고 자랑하면서 “(김학의가) 앞으로 잘 될 것이니 너도 잘 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25일과 26일 연이어 윤씨를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윤씨의 사기 등 개인비리, 김 전 차관의 뇌물·성범죄 의혹 등을 전방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2008년 이후 김 전 차관과 소원해졌다는 윤씨 주장의 반대 증거를 찾아내는 게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