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박3일 방러 마치고 조기귀국…전몰용사 추모시설만 참배

입력 2019-04-26 18:0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26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환송식을 마치고 떠나기 전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집권 8년 만에 이뤄진 2박3일간의 첫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오후 3시(현지시간) 넘어 귀국길에 올랐다. 당초 예상됐던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시찰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의 교외의 한 식당에서 가진 올레크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와의 오찬으로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찬 장소는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방러 당시 블라디보스토크 시장과 조찬을 함께했던 식당인 ‘레스나야 자임카’다. 오찬에 앞서서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2차대전 전몰용사 추모시설에 헌화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이날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와 루스키섬 오케아나리움(해양수족관) 등도 둘러본 뒤 밤늦게 떠날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부친이 과거 방문했던 호텔과 빵 공장 등 산업시설 시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됐던 2차대전 전몰용사 추모시설 ‘꺼지지 않는 불꽃’ 방문이 2시간 늦춰지는 등 일정이 조정됐다. 김 위원장 동선이 알려지면서 취재진이 몰리자 경호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미 일대일로 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으로 떠난 상황에서 러시아에 오래 남아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헌화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2차대전 희생자 추모시설 '영원의불꽃' 앞에 도착해 있다러시아 연해주주정부 홈페이지

오전 11시 40분 극동연방대 숙소를 나선 김 위원장은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영길 총참모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과 함께 헌화 일정을 소화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군악대가 북한 애국가를 연주하는 가운데 모자를 벗고 묵념했다. 러시아 측에선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개발부장관 및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 코줴먀코 연해주주지사가 함께 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코줴먀코 주지사와 레스나야 자임카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찬은 오후 1시5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약 1시간25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오찬엔 곰·노루·사슴·멧돼지 등 야생동물 고기를 주재료로 하는 러시아 전통요리와 함께 팬케이크·샐러드 등과 함께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줴먀코 지사는 오찬 후 기자들에게 “2002년 김 위원장 부친 때와 같은 메뉴가 나왔는데 김 위원장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오찬에는 김 위원장 일행과 연해주 주정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인 등도 참석했으며 러시아 민요 공연이 이뤄졌다. 코줴먀코 지사는 “김 위원장이 특히 ‘카추샤의 노래’와 ‘100만송이 장미’ 등을 좋아했다. 또 다음 방문 땐 ‘모란봉’ 식당에 가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모란봉 식당은 김 위원장 조부 김일성 주석 재임 시절인 1989년 문을 연 최초의 북·소(북한과 옛 소련) 합작운영 식당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26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개발장관과 의장사열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선희(왼쪽부터) 외무성부상, 리영길 군총참모장, 리용호 외무상이 서 있다. 뉴시스

김 위원장은 오후 3시 13분 전용열차가 대기하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했다. 러시아 의장대와 군악대는 김 위원장을 환송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했다. 김 위원장은 이틀 전 방러 때의 경로를 되짚어 하산을 경유한 뒤 두만강 철교를 통해 국경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산역까지는 약 300㎞ 거리로 열차로 약 7∼9시간이 걸린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밤 늦게 두만강 인근의 국경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