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루’도 뚫지 못한 국회 의안과, ‘전자 입법’ 우회로로 뚫었다

입력 2019-04-26 17:56 수정 2019-04-26 18:05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캡처 화면. 26일 오후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된 내역이 확인됐다.

‘빠루’도 뚫지 못한 국회 의안과를 ‘전자 입법’이라는 우회로로 뛰어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전자입법 방식으로 발의했다. 이로써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한 4개 법안이 모두 발의됐다. 자유한국당이 밤새 의안과를 봉쇄하자 민주당이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의 첫 단계인 ‘법안 발의’ 단계는 뛰어넘게 됐다. 한국당은 “국회법에 따르면 반드시 서류로 접수해야 한다. 전자입법은 편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자입법을 통해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자결재 방식은 이번에 처음 시도해봤다”며 “처음 하다 보니 몇 가지 오류가 있었는데, 결국 오후 들어 문제가 해결됐고 사상 처음으로 전자결재 시스템으로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자입법시스템이라는 제도가 있는 것을 알았다”면서 “백 의원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회의를 열어서 우리가 원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법안 발의’는 여야 패스트트랙 대치의 첫 단계였다. 법안을 발의해야 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하고 육탄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도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한국당과의 충돌을 감수하며 의안과 사무실로 돌진했다.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해 국회 경위들은 일명 ‘빠루’라고 불리는 공구까지 사용했다.

이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각각 전체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는 절차만 남았다. 하지만 회의 개최 역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당장 바른미래당의 내분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공수처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오신환 권은희 두 의원을 일방적으로 사·보임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패스트트랙 추진 여부와 당의 진로 등을 폭넓게 논의할 전망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결 정족수 문제 때문에 바른미래당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주말 내에 패스트트랙 지정 논란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많다.

바른미래당이 참여하더라도 한국당의 육탄 방어는 여전한 부담이다. 한국당은 25일부터 특위 회의가 열릴 만한 장소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26일 새벽 사개특위 회의가 잠시 열렸지만 곧바로 회의장에 들어와 단체로 항의하면서 회의는 정회됐다.

한국당은 절차상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사·보임에 이어 전자 입법도 편법이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자 입법 소식이 알려지자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방법이다. 편법에 불과하다”며 강경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판 신재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