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생모임 “로스쿨 10년은 실패, 폐지하라”

입력 2019-04-27 08:00
이종배(왼쪽 네 번째)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 폐지 및 사법시험 부활’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2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 시행 10년을 맞았지만 불공정·불투명한 입시, 학벌·나이 차별, 고액의 비용 등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사법부 획일화, 기수 문화 등 사법시험의 폐단을 극복하고 다양한 법조인을 양성할 목적으로 도입된 로스쿨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로스쿨을 ‘실패한 제도’라고 규정하면서 “실패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로스쿨 폐지와 사법시험을 되살리는 논의에 즉각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로스쿨 교수를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변호사시험(변시) 자격고사화에 대해서는 “누적 합격률 83%를 기록하는 빈시에 만족하지 못하고 합격률을 더 높이라고 떼를 쓰는 것”이라며 “합격률이 높아져 ‘돌팔이’ 법조인이 양성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서 ‘로스쿨 폐지 및 사법시험 부활을 추진하라’ 전문

고시낭인, 사법부 획일화, 기수문화 등 사법시험 폐단을 극복하고 교육을 통한 다양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며 도입된 로스쿨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다. 하지만 로스쿨 교수와 일부 학생들은 10명 중 8명이 합격하는 변호사시험도 합격하기 어렵다며 합격률을 더 높여 달라며 떼를 쓰고 있고, 합격자 수 증원은 결코 안 된다며 변호사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로스쿨 자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에서 오는 문제이므로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고액의 비용, 불공정·불투명한 입시, 나이차별, 학벌차별 등과 같은 로스쿨의 치명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없어 로스쿨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없다. 로스쿨과 시스템이 비슷한 의학전문대학원은 취지와 다르게 온갖 폐단이 발생하여 시행된 지 8년 만에 사실상 폐지되었다. 따라서 실패한 제도이고 앞으로도 실패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로스쿨에 대해 폐지를 검토하고 사법시험을 되살리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는 오로지 국민을 위하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철학인 ‘공정한 제도 확립’을 위해 구호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정한 제도를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로스쿨 폐지 및 사법시험 부활에 적극 나서야 하며 고시생모임은 이를 강력히 촉구한다.

1. 로스쿨의 평균 누적합격률이 83%이다. 즉, 변호사시험(변시) 5번의 응시기회에서 최종적으로 합격하는 비율이 10명 중 8명이라는 것이다. 이는 타 국가고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합격률이다. 하지만 각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공개로 인해 학교 간 합격률이 비교가 되면서 이에 따라 학교의 위상이 달라지고 교수들의 자질이 간접적으로 평가를 받게 되니, 이를 회피할 의도로 10명 중에 10명이 합격하는 시험으로 바꾸기 위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운운하며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변시 자격고사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 교수들은 이러한 염치없고 탐욕적인 선동에 일부 학생들을 끌어들여 앞잡이 노릇을 시키고 있는 파렴치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2.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로스쿨 교수들의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업 내용도 부실하고 강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로스쿨 학생들이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인데, 합격률만 높이면 전에 없던 로스쿨 교수 수준이 일취월장하여 교육을 통한 수준 높은 변호사를 양성할 수 있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법대 시절이나 현 로스쿨 체제에서나 교수들의 수업 내용과 실력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로스쿨 교수들이 변시 자격고사화 운운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들의 추악한 민낯을 감추기 위한, 학자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비열한 주장이다.

3. 변시는 법조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법학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10명 중에 10명이 합격하는 자격고사화로 바꾼다면 로스쿨을 통해 배출되는 변호사들의 실력을 어떻게 검증할 것이며, 현재도 높은 합격률로 때문에 로스쿨 출신들의 형편없는 실력으로 인해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국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 변시를 자격고사화해서 법 공부를 대충해도 변호사가 될 수 있게 된다면 ‘돌팔이’ 변호사가 대량 양산될 것이고 질 낮은 법률서비스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고 그 피해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할 것이다.(잘못된 판결로 인해 부부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듯이 실력 없는 법조인의 잘 못 된 판단으로 죽음 보다 더한 고통을 줄 수도 있다.

4. 최소한의 법률 지식으로 각 사안에 맞춘 법률 서비스를 하는 영미법계와 다르게 우리나라가 취하고 있는 대륙법계는 각 조문 간, 실체법과 절차법, 특별법과 일반법 등에 대해 유기적이고 법원리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체계적인 이론정립과 그 바탕 위에 정확한 실무능력이 겸비되어야 우수한 법조인이 배출될 수 있다. 하지만 로스쿨은 입학시험에 있어 법 관련 지식을 요하지 않고 3년 안에 이론과 실무를 모두 끝내도록 기형적으로 설계가 되어 물리적으로 우수한 변호사가 배출될 수 없는 제도이므로 국민들은 로스쿨 출신의 실력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의대를 3년제로 만들어 의사를 3년 만에 배출한다면 과연 국민들이 3년 공부한 의사에게 수술을 맡길 수 있을까?

5. 변시 자격고사화는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포기 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만약 변시가 자격고사화가 되어 10명 중에 10명이 붙은 시험이 된다면 누가 고통스러운 법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며, 로스쿨의 짧은 교육 기간과 교수들의 낮은 수준을 감안하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구호는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

6. 변호사의 적절한 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면밀한 검토와 치열한 논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만약 양질의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위해 변호사 수의 증원이 필요하다면 우선적으로 사법시험을 통해 충원을 해야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로스쿨을 폐지하고 사법시험 체제로 법조인을 양성해야 한다. 변시 자격고사화는 변호사 수 증원과 무관한 언급할 가치도 없는 주장으로서 무시되어야 한다.

7. 문재인 대통령은 특권층의 세습도구로 전락한 불공정한 로스쿨 때문에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국민들의 피맺힌 절규에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8. 고시생모임(대표 이종배)은 교육부와 법무부 등 정부당국은 즉각 로스쿨폐지 및 사법시험부활을 위한 논의에 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공정한 법조인 양성제도 확립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투쟁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19. 4. 26.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대표 이종배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