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피해자들의 상징 같은 존재였던 재클린 사브리도가 40세의 젊은 나이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재클린 사브리도는 과테말라에서 암 투병 끝에 지난 20일 사망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대학을 다니다가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유학을 떠난 사브리도는 1999년 9월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한 뒤 다른 친구의 차를 얻어타고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 사고를 당했다. 친구의 차가 술에 취한 운전자가 몰던 대형 픽업트럭과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뒷좌석에 있던 동승자 1명이 즉사했고 나머지 3명은 크게 다쳤다. 조수석에 탔던 사브리도는 화염에 휩싸인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얼굴을 비롯한 신체 60% 이상에 끔찍한 3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무살이었다.
사브리도는 일부 손가락과 코, 입술 부위를 절단해야 했다. 시력도 거의 잃어 각막 이식을 받았다. 그는 120여 차례의 힘든 수술을 견디고, 5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의료비용까지 짊어져야 했다. 미국에 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사고가 발생해 사브리도는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18세였던 가해자 레지널드 스티피는 7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고 감옥살이를 하다 지난 2008년 석방됐다. 사브리도는 가해자가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진술했지만, 끝내 그를 용서했다. 가해자는 석방된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브리도는 내게 ‘레지, 너를 미워하지 않아’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브리도는 아픔을 딛고 텍사스 교통부 음주운전 방지 캠페인의 얼굴이 되기로 했다. 음주운전의 위험과 끔찍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외모를 보여줬다. 공익광고에 등장했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 두 번 출연했다.
다음은 사브리도가 생전 남긴 말이다.
“누군가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귀도, 코도, 눈썹도, 머리카락도 없는 내가 카메라 앞에 앉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수천 번도 할 수 있다. 이 일은 이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사명, 지구상에서 내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다. 이 얼굴과 몸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왜 마다하겠는가.”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