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일하는 엄마들, 죄책감 갖지 않길”… 학대 위탁모 징역 17년

입력 2019-04-26 14:04 수정 2019-04-26 14:08
게티이미지뱅크

돌보던 아이를 학대해 뇌사 상태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위탁모에게 징역 17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26일 오전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위탁모 김모(39)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아동학대치사 양형기준을 훨씬 웃도는 중형으로, 사회의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아동학대 문제에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아동학대는 단순히 피해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며 “개인의 존엄성 보호, 사회의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적극적인 사법적 개입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신의 집에서 생후 15개월된 아이에게 약 10일간 음식을 거의 주지 않고 수시로 주먹과 발을 이용해 폭행을 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설사를 자주한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10일 동안 하루에 분유 200cc만 먹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의 눈동자가 돌아가는 등 심각한 경련 증상을 보고서도 32시간 동안 그대로 방치했고, 아이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해 11월 10일 숨졌다. 이 과정에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숨진 아이 이외에도 A양(당시 6개월)과 B군(당시 18개월)을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의 코와 입을 틀어막고 욕조물에 얼굴을 넣었고, B군을 수도꼭지 아래에 있는 목욕탕 대야에 눕혀 놓고 뜨거운 물을 틀어 화상을 입혔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징역 25년을 구형하며 “방어 능력 없는 아이를 학대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엄벌해야 한다는 입법자의 의지를 반영해야 한다”며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도 출산을 포기하지 않고 24시간 어린이집과 사설 위탁모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워 온 가정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최후변론에서 “어려운 가정에서 살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목숨 다하는날까지 반성하며 살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징역 17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통해 일하는 엄마들이 더 이상 죄책감을 갖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취지의 양형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아동)에게 가한 신체적 학대 행위는 피해자 부모가 보육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이 양육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 등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특히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공분을 느끼고 향후 유사한 아동학대범죄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학대치사의 양형 기준은 학대의 정도가 중한 가중영역의 경우에도 징역 6년에서 10년에 해당해 국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하면서 우리 사회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일하는 엄마들이 더 이상 죄책감을 갖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