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먼지를 씻었다. 하늘을 잿빛으로 물들인 것은 먼지가 아닌 먹구름이다. 서울의 대기질이 모처럼 ‘숨 쉬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준으로 쾌적해졌다.
서울 중구 명동의 시간당 미세먼지(PM-10) 농도는 26일 오전 10시 현재 환경부 대기질 측정 시스템 에어코리아에서 시간당 1㎍/㎥,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4㎍/㎥으로 측정됐다. 모두 ‘좋음’ 수준에 해당하는 농도다.
미세먼지는 지름 10㎛, 초미세먼지는 지름 2.5㎛인 알갱이 형태의 부유 미립자를 말한다. 1㎍/㎥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인 공간에서 100만 분의 1g으로 측정되는 농도를 뜻한다. 현재 서울에서 미세먼지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시간당 1㎍/㎥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기질이 나타나는 캐나다, 호주 동부에서도 좀처럼 측정되지 않는 농도다. 전국의 대기질은 경기도 남부, 충북 북부, 부산·울산을 제외하면 서울과 비슷하다. ‘좋음’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은 곳의 대기질도 ‘보통’ 수준으로 측정됐다.
에어코리아의 대기질 시뮬레이션을 보면, 국내·외 대기오염 물질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평소보다 적은 수준으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은 서해를 타고 남하하는 북풍에 가로막혀 한반도로 유입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대기가 원활한 확산으로 청정할 것”이라며 토요일인 오는 27일까지 대기질을 ‘좋음’에서‘보통’ 수준으로 예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