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부진이 1분기 역성장의 주요 원인”

입력 2019-04-26 10:1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의 ‘-0.3% 성장’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는 ‘기업투자 부진’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실물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투자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을 추진하되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 간담회를 열고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기업투자 부진이었다. 기업투자 심리가 되살아나야만 성장 흐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과 달리 전기 대비 마이너스로 발표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며 “전반적인 대외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민간부문의 활력이 저하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전날인 25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고 밝힌바 있다. 2017년 4분기(-0.2%) 이후 1년여 만의 역성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여 만의 최저치이기도 하다.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진 탓이다. 전 분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2.6%를 기록했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10.8%로 집계됐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 총재는 수출과 투자의 동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투자 활성화 정책을 꼽았다. 그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성장 엔진인 기업투자에 실질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향후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면서 1분기 수출과 투자가 부진했고, 정부 부문의 기여도가 이례적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였다”며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빠르게 회복되고 글로벌 경제 여건도 차츰 개선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례적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만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이 총재를 비롯해 허인 국민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참석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