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2020 대선 출마 공식 선언…‘소름끼치는 조’ 비난 정면돌파

입력 2019-04-25 23:29 수정 2019-04-25 23:32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서 2020년 대선 공식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트위터 캡처

미국 민주당의 2020년 대선후보로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성추행 논란으로 궁지에 몰렸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경쟁자들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압도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출마 각오를 밝혔다. 그는 “미국을 미국으로 만들었던 모든 것이 위험에 처해 있다”며 “만약 우리가 트럼프에게 백악관에서 8년을 준다면 그는 영원히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 나라의 성격, 우리가 누구인지를 바꿀 것이며 나는 그것이 일어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또 “나는 역사가 이 대통령의 4년을 되돌아볼 것이라고 믿는다”며 “역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기를 일탈의 순간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 출마 선언이 전해지자 트위터에 “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총명성을 갖기를 바란다”며 “나는 그저 당신이 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오랜 기간 의심스러웠던 총명함을 갖기를 바랄 뿐”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생기 없는 조(Sleepy Joe)’라고 표현하며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 열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더 강하게 그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두 사람이 맞붙으면 바이든은 42%, 트럼프는 34%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로써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한 19번째 후보가 됐다. 그는 경선 후보 중 최고령자인 버니 샌더스보다 고작 한 살 적은 76세의 고령이다. 하지만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이번은 세 번째 대권 도전이다. 그는 1998년과 2008년에 각각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다. 2008년 경선에서는 경선 초기 후보를 사퇴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됐다. 이후 2017년까지 8년간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을 지내며 신망을 쌓아 2016년 대선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지목됐다. 하지만 선거등록 직전 장남 보 바이든 전 델라웨어주 법무부 장관이 뇌종양으로 사망하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앞날이 순탄하지는 않다. 그는 최근 당내외의 ‘미투’ 폭로로 궁지에 몰렸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소속 루시 플로레스 전 하원의원이 “2014년 선거 지원을 위해 찾아온 바이든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머리카락 냄새를 맡으며 뒤통수에 오랫동안 키스를 했다”고 주장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세 명의 여성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하며 ‘소름끼치는 조 아저씨’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가 제대로 사과하는 대신 “앞으로는 개인 공간을 존중하겠다”는 해명만 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