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교 무대에서 ‘지각 대장’으로 악명 높다. 그는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4시간 15분이나 늦었고, 지난해 9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는 2시간 30분 지각했다.
그때마다 푸틴 대통령의 지각이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상대 정상과의 기싸움 수단으로 지각을 활용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25일 낮 12시(한국시간)에 열릴 예정이었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는 김 위원장보다 25분 일찍 도착해 손님맞이를 준비했다. 게다가 회담장 입구까지 나와 김 위원장을 환영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례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러시아에 정치적으로 중요해진 상황에서 북한 정상을 최대한 예우했다는 뜻이다.
이유신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행동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했다. ‘지각’이 전술이었듯이 ‘기다리기’도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회담에서도 볼 수 없었던 예우를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아예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며 “현재 러시아와 미국이 시리아 내전, 베네수엘라 사태 등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미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홍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현재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들이 규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국가들과 협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북한을 러시아의 품으로 안고 가기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강태현 인턴기자